한평생 한국 의술 발전과 인재양성에 헌신한 의료계의 '거목' 범석(凡石) 박영하 을지재단 명예회장이 7일 별세했다. 향년 87세.

고인은 1945년 평양 제3중학교를 거쳐 1950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6.25때는 군의관으로 평양탈환작전에 참가하기도 했다.

고인이 본격적인 의사의 삶을 시작한 것은 29살 때였다. 1956년 서울 을지로 4가에 '박영하 산부인과 의원'을 개원하면서부터다.

1967년 종합병원 설립인가를 받게 된다. 이때 고인은 개인 소유였던 병원을 '재단법인 을지병원 유지재단'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에 환원, 병원의 공익화를 선도했다.

이 일은 당시 국내에서는 유례가 드문 일로 지금의 을지재단이 교육과 의료사업이라는 공익사업에 매진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1994년 일본에서 홀로 투병 중이던 프로레슬러 김일 선생을 병원으로 모셔와 2006년 임종 때까지 무료진료를 해준 일화는 고인의 뿌리깊은 의료사명을 대변하는 사례로 유명하다.

을지의료원은 현재 4개의 병원(을지병원·을지대학병원·금산을지병원·강남을지병원)과 2곳의 대학캠퍼스가 있는 국내 유수의 교육ㆍ의료 재단으로 성장했다.

고인은 1997년 10억원의 개인재산을 출연해 장학재단을 설립, 매년 불우 소년소녀가장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학술연구비를 지원했다.

이런 남다른 철학과 봉사정신으로 지난 1999년에 국민훈장 모란장을, 2008년에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전증희 여사와 아들 준영(을지대학교 총장), 딸 준숙(범석학술장학재단 이사장)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노원구 하계동 을지병원에, 분향소는 대전 을지대학병원 범석홀에 각각 마련됐다.

발인은 10일 오전 8시, 장지는 국립대전현충원이다.(장의집행위원회☎02-970-8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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