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연 기(한국교통대 교수)

고향을 떠나 타향에서 생활한지가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자식 노릇한다고 하는 것이 기껏해야 명절에 인사드리고 틈틈이 전화상으로 안부를 여쭙고 목소리를 들려드리는 정도이다. 나도 그 분들처럼 자식을 낳아 기르면서 아이들이 해가 다르게 크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어르신들을 뵙게 되면 내가 기억하는 그 분들의 모습이 아닌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셨구나하는 사실에 마음 한 구석이 안타깝기만 하다. 아직도 인정하기는 싫지만 그 분들이 그러하셨듯이 나도 아이들을 키우고 나면 그렇게 늙어갈 것이란 생각을 한다.

올해 산출된 우리나라 노령화 지수의 추정치가 사상 처음 80%선을 넘어섰다고 한다. 노령화 지수란 한 사회의 15세 미만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율로 정의되며 유년인구 대비 고령층의 상대 규모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우리나라의 노령화 지수는 1978년 처음으로 10%를 넘었고 1990년 20%, 2003년 41.3%였던 것이 지금은 10년 만에 두 배가 된 셈이다. 또한 노령층 인구의 절대 비율도 2007년 9.9%에서 2012년 11.78%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노령화가 우리 사회의 시급한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것에는 인식을 같이 하면서도 노령화에 따른 대책은 아직 논의의 초기단계에 불과하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국민연금을 가장 믿을 수 있는 노후 생활의 안전판이라고 생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 고갈 시기가 머지않아 도래할 것이란 우울한 소식만 전해지고 있다. 심지어는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돼도 국가가 지급을 보장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은 정부에서 국가 채무 증가를 이유로 제동을 걸어 보류 중인 상태에 있어 가뜩이나 불안한 국민 연금 가입자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는 ‘정년 60세 연장’ 역시 그 동안 권고사항이었던 60세 정년을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것으로 급속한 노령화사회에 대한 대비책이자 국가의 복지부담 경감 방편으로 마련된 것이다. 이 법안 역시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이나 소수의 기업 임원에 해당되는 것이지 고용의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다수의 국민들에게는 여전히 언감생심일 것이다.

노령화는 물론이고 과거에 비해 현격하게 증가된 평균수명 또는 기대수명은 노후의 의료비 부담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1980년 평균 65.9세이던 평균수명이 2010년에는 80.7세로 약 15세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1인당 진료비가 젊은이들에 비해 절대적으로 높다고 봤을 때 노령인구에 대한 의료비 보장 없이는 늘어난 평균 수명이 결코 축복일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노화에 따른 만성질환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국민연금과 더불어 국민 의료보험까지도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준비되지 않은 노령인구의 증가, 기대 수명의 연장은 사회 구성원 모두를 힘들게 만들 수 있어 이에 대한 현명한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노인 인구에 대한 사회적 지원과 배려가 자칫 젊은이들의 희생을 전재로 하고 있다는 식의 세대 간의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으나 결국 누구나 늙고 힘들 수밖에 없다는 명백한 자연의 섭리를 고려하면 이는 세대 간의 갈등이 아닌 사회 구성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할 과제인 것이다.

연금만으로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만은 현실이 그렇지 않음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지금의 국민연금에 대한 논의도 연금이 효율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어야 하지만 오로지 연금만으로 노후를 보장받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정부와 국민 모두가 인정할 필요가 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퇴직의 두려움에 시달리게 할 것이 아니라 은퇴 후에도 양질의 일자리가 제공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주도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는 단순히 그분들의 생계보장이 아닌 연세든 분들의 풍부한 경험들을 사회적으로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매번 어버이날을 맞이하면서 늘 그랬던 것처럼 고향의 어른에게 문안드리고 감사함을 전하지만 우리의 어르신들이 좀 더 사회적으로 배려 받고 노후가 행복해질 수 있도록 구성원 모두가 노력하는 것이 그 분들이 우리 사회에 오랜 세월 기여한 것에 조금이나마 보상하는 길이 아닐까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