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공공기관장 인선 작업이 줄을 잇고 있다. 범(汎)공공기관에 해당하는 우리금융지주, 준(準)정부기관인 한국장학재단은 6일 각각 회장과 이사장 후보 접수를 마감했다. 400조원이 넘는 적립금을 굴리는 국민연금공단의 이사장과 인천국제공항의 사장을 뽑는 절차도 시작됐다. 임기가 남았는데도 새 정부 출범 등을 이유로 기관장이 사의를 표시한 곳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인사 판이 커질 여지는 있어 보인다.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다르거나 전문성·조직 장악력·업무수행 등에 문제가 있는 인사는 교체해야 한다는 견해가 정부 내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2월부터 주요 공기업 15곳을 대상으로 경영실태 감사에 들어간 것도 물갈이 폭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의 근거가 되고 있다.
이런 인선 과정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눈높이는 높아졌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는 일괄적인 교체 움직임에 따른 공공기관장의 장기 공백 사태를 경험했고, 최근에는 새 정부 조각과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전문성·도덕성 논란을 지켜본 결과다.
공공기관장의 역할이 때로는 장관보다 중요하다는 점도 국민들이 주시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 되고 있다. 공공기관은 정부를 대신해 정책을 실천하거나 다양한 서비스를 집행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공공기관 빚이 500조원을 바라보면서 방만 경영과 부채 관리도 국민 관심사가 됐다.
정부는 인선의 양대 기준을 '국정철학 공유'와 '전문성'으로 삼고 있다. 둘 다 중요한 잣대일 것이다. 그러나 이 중에서도 보다 엄격하게, 우선으로 검증해야 할 기관장의 덕목은 전문성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그간 낙하산 논란의 가장 큰 원인도 전문성 결여에 있었기 때문이다. 정치적 보은이나 전관예우에 치중해 비적격자에게 자리를 챙겨주는 일은 해당 기관은 물론 국민에게도 불행이다. 전문성을 갖춰야만 국정철학에 맞춰 국정과제 실천도 매끄럽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가 기관장, 감사 등 직위별로 자격기준을 구체화하고 임원추천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이번 기회에 현행 체제에서도 법 개정 취지를 미리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 노력도 필요하다. 예컨대 운용의 묘를 살린다면 기관장을 공모할 때 기관 특성을 고려한 자격 기준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인사 로비를 차단하고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의지와 노력도 필요하다. 함량 미달의 인사가 정치권에 줄을 대는 행태가 반복되어서도 안 된다. 잘못된 전철이나 구태의 재현을 바라지 않는 게 민심이다. 국민들이 수긍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인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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