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곤 가스중 질식사…사측 "2차 피해 없다"
경찰, “원인 규명 2주 걸릴 듯”
현대제철 “재발 막을 것” 사과

지난 10일 새벽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근로자 5명이 집단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로 보수공사 중이던 현대제철 협력업체인 한국내화 소속 근로자들이다.

●당진 현대제철 가스누출, 5명 사망

업계에 따르면 10일 새벽 1시 45분께 당진제철소 제강공장 3전로에서 내부 보수작업장비철거 작업을 벌이던 한국내화 직원 5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로는 고로(高爐)에서 나온 쇳물의 불순물을 제거해 강(鋼)을 만드는 설비다. 이날 작업에 투입된 이응우(42)씨 등 5명이 작업도중 쓰러졌으며, 곧바로 당진종합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날 새벽 2시 30분께 모두 숨졌다.

사고는 전날 보수작업 완료 후 시운전을 위해 작업대 철거 과정에서 아르곤 가스가 누출되며 전로 내부의 산소가 결핍돼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름 8m, 높이 12m의 전로 안에서 내화벽돌 설치공사를 마무리하고, 임시발판 제거와 청소를 위해 상부에서 하부로 내려가던 중 바닥에서 아르곤 가스가 누출되며 사고를 당했다. 아르곤가스는 무색·무취가스로 인체에 유해하지 않지만, 산소보다 무거워 밀폐된 공간에서는 산소결핍을 유발할 수 있다.

현대제철의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감전사고인 줄 알았지만 산소 농도를 측정해 보니 기준치인 18%에 못 미치는 14~16%였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이씨 등이 전로 아래로 3~4m가량 내려간 뒤 의식을 잃었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다음과 같다. △이응우(42) △홍석원(35) △이용우(32) △채승훈(30) △남정민(25).

●경찰, 가스누출경위 파악 주력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발생한 근로자 사망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은 사고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된 아르곤 가스의 누출경위를 파악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당진경찰서는 숨진 근로자들의 정확한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 1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또 아르곤 가스누출 경위 확인을 위해 현대제철과 한국내화 관계자 등을 불러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정남희 당진경찰서 수사과장은 “회사 측으로부터 ‘사고 전날인 9일 가스배관 협력업체 ’신화‘가 아르곤 가스를 유입시켜 전로의 정상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을 벌였다’는 진술을 얻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유출된 가스가 전로 하단 이미 쌓여 있다가 사고 원인이 됐을 가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가스주입 밸브를 누군가 풀었거나 기계고장 등으로 밸브가 풀렸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또 전로 바닥 아르곤 가스 배관을 모두 수거해 국과수에 정밀감정을 의뢰했으며, 사고현장을 목격한 근로자와 현대제철·한국내화 관계자를 상대로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고원인을 규명하기까지는 2주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경찰은 예상했다.

●유족, 회사 측의 사과·책임규명 촉구

유족들은 현대제철의 분명한 사과와 책임규명이 이뤄지기 전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들은 “5명의 근로자가 한꺼번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은 그만큼 근로환경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라며 분노했다.

이와 함께 당진환경운동연합, 당진참여자치시민연대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 지난해 9월 이후 3고로 건설공사과정 10명 이상이 사망했다면서 “기업살인”이라고 규탄하고, 재발방지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원청업체인 현대제철은 이번 사건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고로 숨진 한국내화 직원의 모든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또 당국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으며 비슷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 점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진/홍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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