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무리한 작업강행이 부근 인재"


사진=전로(轉爐) 보수공사 도중 산소 부족으로 근로자 5명이 숨진 충남 당진 현대제철에서 경찰 과학수사팀이 감식을 사고현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지난 10일 새벽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근로자 5명이 집단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당진에서 최근 8개월 사이 10명 이상의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감전, 추락, 질식 등 각종 안전사고로 회사 측의 안전 불감증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끊이지 않는 안전사고

지난해 9월 이후 8개월 동안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감전, 추락, 끼임, 질식 등 7건의 안전사고가 발생, 10명의 근로자가 숨지고 1명이 의식불명에 빠졌다.

지난해 9월 5일 철 구조물 해체작업 중 홍모(50)씨가 구조물이 쓰러지면서 숨졌고, 한 달 뒤인 10월 9일 크레인 전원공급 작업 중이던 근로자(43)가 감전으로 추락사했다. 같은달 25일에는 이모(56)씨가 기계 설치 작업 중 4m 아래로 떨어져 의식불명 상태에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11월 2일 공장 내 부두 교량작업발판을 설치하던 김모(53)씨가 추락사했고, 같은달 8일 풍세작업 설치 중이던 나모(43)씨가 추락해 숨졌다. 이튿날인 9일에도 현대하이스코 신축현장에서 신모(33)씨가 기계설치작업 중 구조물 붕괴로 숨지는 등 인명사고가 잇따랐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일 새벽 1시 45분께 전로 보수공사를 벌이던 이응우(42)씨 등 5명이 아르곤 가스누출에 의한 산소 부족으로 질식해 숨졌다. 지난 3월에는 플랜트 건설 근로자가 현장에서 갑자기 쓰러져 숨져 노동계는 현대제철의 무리한 공기단축 지시에 따른 장시간 중노동으로 인한 과로사라고 주장했다.

●무리한 작업강행 따른 ‘인재’

현대제철 당진공장의 잇단 안전사고는 공사일정을 맞추려다 빚어진 ‘인재’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 대부분이 고로 3기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점도 이를 반증한다.

현대제철은 오는 9월 고로 3기를 완공, 연간 400만t 규모의 조강을 생산해 세계 10위권 초대형 제철소로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왔다.

이유로 고로 3기 완공을 위해 무리한 공기단축을 시도하고, 원청업체인 현대제철의 관리감독 부재가 화를 부른 것이라고 노동계는 주장한다.

유가족 대표 홍모(39)씨는 “이번 사고는 회사 측이 안전조치를 제대로 안 해 발생한 인재”라며 “보수작업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가스배관이 연결됐고, 작업 시작 전 전로 내 산소 농도 측정조차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도 논평을 통해 “현대제철은 사고가 날 때마다 미봉책으로 일관했고, 도의적 책임마저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하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주문했다.

●현대제철의 관리감독 부재 ‘도마’

고용노동부도 원청업체인 현대제철의 관리감독 부재를 지적했다. 특히 이번 사고에서 현대제철 측이 늑장대응으로 일관한 것이 드러나 특별감독을 진행키로 했다.

사망 근로자 고용회사인 한국내화는 새벽 5시께 고용부 천안지청이 먼저 확인전화를 할 때까지 사고내용을 보고하지 않았다. 회사 측이 팩스로 정식 보고한 것은 오전 6시 37분이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즉시 고용부에 알려야 한다. 경찰 등도 새벽 4시께에야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부나 경찰 등과 달리 원청업체인 현대제철 측은 보다 빨리 상황을 보고 받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관계기관에 연락하기보다 자체수습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고용부와 경찰은 이번 가스누출 경위와 회사의 안전조치 이행 여부를 조사 중이다. 안전관리 수칙을 준수하지 않은 것이 드러나면 하청업체 뿐 아니라 원청업체에도 책임이 확대되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 현대제철 측에도 책임이 있다는 의견을 검찰에 통보할 예정이다.

천안고용노동지청 관계자는 “사고 장소는 밀폐된 곳이라 원청업체에 관리 책임이 있는 곳”이라며 “원·하청업체에 대한 특별감독 실시를 검토 중으로, 재해발생 원인에 따라 처벌기관과 수위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진/홍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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