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연패 사슬을 끊어 '에이스 본색'을 발휘한 류현진(26·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다음 과제는 투구 수 관리가 될 전망이다.

류현진은 1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6⅔이닝 1실점으로 호투해 팀의 승리에 앞장섰다.

6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펼치며 최근 8연패에 빠져 허우적대던 팀을 수렁에서 구했다는 점에서 에이스의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시즌 성적도 4승 2패 평균자책점 3.40을 기록, 제1선발인 클레이턴 커쇼를 제치고 팀내에서 다승 1위로 나섰다.

이날 철저히 땅볼을 유도해 간간이 나온 위험한 상황을 잘 넘겼다는 점에서 위기관리 능력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아쉬운 점이 국내보다 훨씬 늘어난 투구수다.

이날 류현진은 데뷔 후 가장 많은 114개의 공을 던지며 불펜진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였으나 7회의 벽을 넘기지 못했다.

1회를 공 12개로 가볍게 막았지만 2회 19개, 3회 17개, 4회 19개, 5회 20개, 6회 17개, 7회(⅔이닝) 10개 등으로 늘어났다.

4회 마르셀 오수나(공 8개·삼진), 5회 아데이니 에차바리아(공 9개·볼넷), 6회 플라시도 폴랑코(공 11개·좌전안타) 등과의 승부를 빠르게 매듭짓지 못한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결국 체력이 떨어진 7회 선두 미겔 올리보에게 던진 체인지업이 가운데로 몰려 1점 홈런을 허용, 시즌 첫 무실점 투구는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3승째를 올린 이달 1일 콜로라도전에서처럼 과감한 몸쪽 승부를 하지 못하고 바깥쪽 위주로 신중한 투구를 많이 하다가 볼카운트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여러 차례 나왔다.

국내에서 필살기로 사용한 체인지업과 미국에서 새로 갈고 닦은 커브 등이 예전보다 예리하게 꺾이지 않다 보니 자꾸 커트당한 점도 투구 수가 늘어난 요인이었다.

이날까지 8경기에 등판한 류현진이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진 경기는 지난달 26일 뉴욕 메츠전으로, 7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다.

물론, 이제 갓 빅리그를 밟은 신인이 데뷔전부터 8경기 내내 6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무너지지 않고 꾸준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충분히 칭찬받아 마땅한 기록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국내에서 7시즌을 뛰는 동안 27차례 완투를 기록한 류현진의 모습을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더 오래 던질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마음 한구석에 남는 것도 사실이다.

몇 차례의 어려운 승부를 제외하면 상대 타자를 잘 요리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류현진과 함께 다저스 마운드를 쌍끌이하는 왼손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는 올 시즌 8차례 등판에서 완봉 한 번을 포함해 6번이나 7이닝 이상 던졌다.

커쇼는 남은 두 번의 경기에서는 5이닝과 5⅓이닝을 한 차례씩 던졌다.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6이닝 이상을 책임진 류현진이 꾸준함이라는 면에서는 조금 더 앞섰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류현진이 투구 수만 조금 줄여 꾸준히 7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수준으로 올라선다면 명실상부 다저스의 에이스인 커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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