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스승의 날, 청주지역 한 고등학교에 학부모 한명이 찾아와 구겨진 1000원짜리 지폐 열장이 든 봉투를 자신의 아들 담임에게 전해줬다고 한다. 이 담임은 학부모들이 스승의 날에 선물을 보내면 가차 없이 돌려보내지만 이 학부모의 봉투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 학부모의 가정환경은 학급 학생들 중 가장 어려웠고, 담임은 그 어머니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것 같은 마음에 그 봉투만은 돌려보내지 못한 채 구겨진 1000원짜리 지폐 열장에 사비를 더해 그 학생에게 참고서와 학용품을 선물했다.

며칠 뒤면 32회 스승의 날이다. 자신의 은사를 생각하고 보답해야 하는 날이지만 자신이 아닌 자녀의 은사를 챙기는 날로 오해(?)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스승의 날 촌지 등의 문제로 얼마 전까지는 학교마다 학부모가 찾아오지 못하게 재량휴업을 실시하는 학교도 많았는데 올해 충북은 5개교를 제외하고 대부분 정상수업을 진행한다.

어떻게 보면 촌지 등의 문제가 많이 없어졌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최근 학교근처 식당가에서는 학부모들이 모여 담임의 선물을 고민하는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학급 어머니회 모임같은 자리에서 오가는 대화를 가만히 들어보면 ‘봉투를 얼마 선으로 해야 한다’, ‘현금보다 상품권이 좋다’, ‘전달은 어떻게 해야 한다’는 등 촌지에 대한 구체적인 금액과 전달 방법 등을 논의한다.

분명히 촌지에 대해 선을 긋고 서두에 사례처럼 훌륭한 교사가 많겠지만 촌지가 아예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아무리 단속을 하고 뿌리 뽑겠다고 교육당국이 노력을 해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일부 학부모들이 이렇게까지 자녀의 담임에게 보내는 촌지의 의미는 무엇일까? 자녀를 가르쳐 주는 것에 대한 감사의 뜻 보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뇌물의 의미가 짙다.

5월이면 새로운 학년이 시작해 막 적응기를 마쳤을 시기다. 학생들은 앞으로 9개월을 넘게 현재의 담임과 생활해야 한다. 그 긴 시간 자녀를 맡아 줄 담임에게 잘 보이기 위한 부담감이 없지 않을 것이다.

많은 의미를 두고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로 스승의 날을 정했다지만, 최소한 선물의 진정한 의미를 위해서라면 학년이 마무리되는 2월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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