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충남 당진 현대제철소에서 가스에 질식돼 숨진 5명의 근로자가 안치된 당진종합병원 장례식장은 유족들의 슬픔으로 가득했다.
고인들의 집이 포항 등 외지라서 부모, 형제·자매, 직장동료만이 아직 영정도 없는 빈소를 지켰다.
고 홍석원(35)씨의 네살 된 딸과 일곱살 된 아들은 아빠의 사고 사실을 모른 채 빈소에서 해맑게 웃고 있어 지켜보는 이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홍씨의 형 석훈(39)씨는 “어린 조카들이 지금 상황을 모른다,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조카들이 아빠를 찾을 텐데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그는 또 “동생은 3남매 중 막내로 정말 착했다, 체력적으로 힘든 일이지만 할만하다고 했는데 이런 사고를 당할지 몰랐다”며 “원청업체가 가스잔류량 측정도 안 하는 등 안전절차를 무시한 채 작업에 투입한 것은 명백한 살인행위”라고 분노를 터뜨렸다.
쌍둥이 중 작은 아들인 채승훈(30)씨를 잃은 부친 채상옥(59)씨도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채씨는 “경찰 채용 시험공부를 한다던 승훈이가 지난해 부모에게 더는 부담을 줄 수 없다며 취직을 했는데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느냐”며 “진짜 착하고 성실했는데…”라고 말끝을 잇지 못했다.
아들의 사고소식을 듣고 혼절한 채씨의 부인은 병원 응급실로 실려가 치료를 받고 있다.
직장동료들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 전날까지도 함께 일했던 고인들을 회상하며 슬픔을 참지 못했다.
한 동료는 “이용우씨는 월급을 떼 부모 대신 여동생의 교육비를 댈 정도로 정말 착했다”며 “결혼 안 한 젊은 친구나 어린 아이들을 두고 세상을 떠난 동료나 모두 성실하고 착했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눈물을 삼켰다.
유족과 직장동료는 이번 사고가 ‘원청업체의 책임’이라며 현대제철 측을 성토했다.
한 직원은 “생명과 직결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우리는 안전장비를 반드시 착용한다, 사고가 난 곳에서도 20여차례 작업을 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기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며 “작업을 마치고 나온 뒤 작업자들이 오케이 사인을 내야 가스를 투입해야 하는데 절차를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마 현대제철은 승인이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자들이 사고 현장으로 들어간 것으로 몰아갈 것”이라며 “앞으로 그런 상황이 또 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나에게도 언젠가는 닥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유족 대책위원회는 현대제철 측의 사과나 명확한 책임규명이 없이는 고인들의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책위 공동대표인 홍석훈씨는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현대제철 측에 책임이 있다”며 “안전기준을 무시해 일어난 사고인 만큼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야 하고, 합리적인 보상 없이는 장례를 치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당진/홍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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