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충북생생연구소장)

지난 금요일 충북교원단체총연합회가 주관한 스승의 날 기념식이 있었다. 수상자들이 장내를 가득 채우고 도내 각지에서 교육계 주요 인사들이 모두 모인 소중한 자리였다. 스승의 날이라면 스승께 감사를 표하는 자리라서 당연히 축제 분위기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실제 분위기는 무겁다고 할 정도로 가라앉아 있었다. 국민의례가 끝난 후 남녀 선생님 두 분이 교직원 윤리강령을 낭독할 때  마음이 씁쓸했다. 윤리강령의 주요 요지는 학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부분의 부정적인 사례를 열거하면서 그렇게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충북교총회장의 인사말에 이어 한국교총 회장과 교육감의 격려사도 무겁기는 마찬가지였다. 떨어진 교권과 스승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무너져 버린 현 세태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을 인내와 사랑으로 가르치자는 얘기들은 마음을 아프게 했다. 스승의 날 기념식에 제자들이 없었다. 선생님들에 대한 존경과 사랑은 차치하고 학부모들이 학교에서 선생님을 폭행하고 학생들이 폭언, 폭행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선생님들의 자질이 행패부린 학부모보다 못해서 그렇다고 참아야만 하는 것일까?
학부모들이 크게 반성해야 한다고 본다. 자녀들의 인성 교육에 있어 가장 큰 책임은 부모에게 있고 그 다음이 선생님이다. 자녀들이 버릇없다면 그것은 부모가 잘못 가르친 탓이다. 자신들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자녀들이 잘못하면 모두 선생님 잘못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다. 교권이 추락한 것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소위 촌지가 존경심을 잃게 한 주범 중 하나다. 그런데 촌지도 따지고 보면 학부모 때문에 생긴 일이다. 뉴욕에 유명한 음악학교가 있다. 그 학교 음악 교사들은 학교 학생들로부터 지나친 사례비를 받지 않지만 유독 한국 학생들을 많이 가르치는 교사들은 그것을 기대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한국 부모들이 갖다 주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그런 행태가 거듭되다보니 으레 한국 사람들은 그러려니 생각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창피한 일이다. 미국은 비교적 윤리의식이 높아 교사들이 학부모로부터 비싼 선물을 받지 않는다.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연말에 교사들에게 하는 선물은 우리 돈으로 만 원 내외다. 예를 들어 각설탕을 예쁘게 장식한 것을 선물로 주는 경우도 있었다. 받아도 전혀 부담이 되지 않고 감사의 뜻을 전하는 정도다. 그런데 그 학교에 한국에서 온 학생이 있는 경우 분위기가 틀려진다. 한국 학생의 학부모는 비싼 선물을 준다. 받은 선생님들이 부담을 느낄 정도이다. 선물만이 아니라 교사들을 비싼 곳에 초대해 식사를 내곤 한다. 그것이 관행이 되다보니 한국 학생이 많은 학교에서는 한국 학부모로부터 그런 선물을 받는 것을 당연시 하는 풍조까지 생겼다고 한다. 하지만 교사들이 비싼 선물을 받는다고 그 학생을 더 잘 챙겨주는 것은 아니다. 선물로 자기 자식에게 더 잘 해 줄 것을 기대하고 다른 아이들은 별 볼 일 없고 자기 아이만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부모들의 행태는 국내에서나 국외에서나 유난하다.
 우리처럼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는 유교적 전통이 없는 미국에서도 선생님들의 권위는 대단하다.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의 말이 절대적이다. 교권이 확실히 정립되어 있다. 어찌 보면 냉혹하다. 선생님의 말을 듣지 않고 다수 학생들의 교육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되면 가차 없이 징계를 내린다. 수업 중 집으로 귀가 시키는 경우도 있고 그 정도가 지나치고 계속되면 퇴학을 시키기도 한다. 우리의 경우 전에 비해 교권이 크게 약화되었는데도 학생인권을 보호하거나 교육경쟁력을 높인다는 이유로 교권을 약화 시키려는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 너무 교권을 흔들지 말자. 부모들이 볼 때 한심하게 보이는 선생님이 있을 수도 있지만 대다수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잘 길러 보려고 애를 쓰고 있다. 아직도 아이들의 지적 양육은 물론 인성교육의 책임이 선생님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들이 우리 선생님들의 그러한 희생과 사랑을 인정해 주지 않으면 조만간 우리나라 선생님들도 단순한 지식 전달자 역할만 하게 될 수도 있다. 진정 우리 부모들이 원하는 선생님 상이 그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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