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클럽 사령탑으로 꼽히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성명에서 "은퇴를 위해 심사숙고했다"며 "지금이 은퇴하기에 적절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퍼거슨 감독이 지난 2007년 7월 20일 FC서울 과의 친선경기에 앞서 박지성과 함께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어보이는 모습.



 

 

27년간 한 팀만을 맡으며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거장이 은퇴를 결심한 진짜 이유는 아내 때문이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71) 전 감독은 13일(한국시간) 스완지시티와의 프리미어리그 홈 경기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처제의 죽음으로 상심한 아내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고 은퇴 배경을 밝혔다.

퍼거슨 전 감독이 은퇴할 것이라는 현지 보도는 지난주 초부터 봇물터지듯 쏟아져 나왔지만 정작 본인은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이미 결심을 굳혔다고 했다.

그는 "아내는 가족의 리더였고 세 아들을 키우며 나를 위해 희생했다"면서 "처제가 세상을 떠난 뒤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아내는 현재 심적으로 고립돼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녀를 매우 사랑하는 손자들도 있지만 처제는 아내에게 최고의 친구였다"고 설명했다.

언론에 떠밀리듯 은퇴를 공식화한 이유도 가족 때문이라고 했다. 당초 맨유 구단은 스완지시티와의 경기가 끝난 뒤 공식 발표를 할 예정이었다.

퍼거슨 전 감독은 "아들들에게는 지난 3월에 털어놓았지만 형제들에게는 지난주에 은퇴 계획을 알려줬다"면서 "가족에게 사람들이 불쑥 질문을 던지기도 해 비밀을 지키기 매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맨유는 이날 스완지시티를 2-1로 꺾으며 명장에게 마지막 선물을 안겼다.

경기가 끝난 뒤 퍼거슨 감독은 그라운드 위에 올라 담담하게 고별사를 남겼다.

그는 "한 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지도할 수 있어 나는 매우 운이 좋았다. 오늘 이 자리에 선 선수들이 맨유를 말해준다. 환상적인 우승이었다"며 선수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어 "나는 은퇴하지만 인생에서 맨유는 끝이 아니다. 이제는 함께 고생하기보다는 지켜보면서 경기를 즐기겠다"며 웃었다.

새 사령탑이 된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을 믿고 지지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퍼거슨 전 감독은 "좋지 않은 시절들이 있었지만 맨유는 나를 믿었고 선수들과 스태프들도 나를 지지해줬다"면서 "이제 여러분들이 해야 할 일은 우리의 새로운 감독을 믿고 지지하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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