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의 공장에서 대형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전로 보수공사를 벌이던 협력업체 근로자 5명이 아르곤 가스 누출로 숨졌다.
아르곤 가스가 새면 산소 농도가 낮아져 배관을 절단한 상태에서 작업해야 하지만 가스배관을 연결한 채 보수공사를 하다 사고가 발생했다. 숨진 근로자들은 가스 유입에 대비한 산소마스크와 경보기 등도 갖추지 않았다.
이 공장에서 지난해 9월 이후 8개월 동안 감전, 추락, 끼임, 질식 등의 사고로 숨진 근로자가 10명이라고 하니 안전시스템에 심각한 구멍이 뚫린 것은 분명하다.
앞서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공장에서는 올 들어 두 차례나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했고 대림산업 여수공장에서는 보수작업 중 폭발사고로 6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지난 3월엔 포항제철소 파이넥스1공장 폭발사고가 있었고 지난해 9월엔 구미 휴브글로벌 불산 유출 사고로 5명이 숨졌다. 지난 3월 하이닉스 청주공장에서 반도체 제조공정에 쓰이는 감광액과 염소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두 차례 있었다.
지난해 8월 LG화학 청주공장 내 유기발광다이오드 재료공장에서 다이옥산 드럼통이 폭발해 현장에 있던 근로자 11명 가운에 8명이 순차적으로 숨지고 3명이 중상을 입었다.
한국을 대표할 만한 글로벌 기업들에서 대형 사고가 되풀이 되고 있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유수 대기업들의 안전수준이 이 정도라면 전국 각지의 공장 주변 주민들이 불안해하는 건 당연하다. 당국은 도대체 되풀이되는 사고를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작정인지 국민들의 불만과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대기업 공장 사고들이 판박이처럼 닮았다는 점에선 한숨이 절로 나온다.
대부분 안전장비나 장치를 갖추지 않은 채 작업을 하다 사고가 났고, 신고는 언제나 늑장이었다. 숨지거나 다친 작업자가 거의 하청업체나 협력업체 직원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정해진 안전규정이나 수칙만 잘 지켰어도 사고를 막을 수 있었고, 제 때 신고만 했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얘기다. 위험한 보수작업이나 안전조치를 하청업체에 맡겨놓은 채 대기업은 사고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측면도 크다.
이처럼 사고 원인이 판박이라면 해법은 이미 나온 것이나 다름없다. 안전규정이나 수칙을 지키지 않은 경우, 늑장신고로 피해를 키운 사례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사고에 대한 책임을 협력업체에 미룰게 아니라 해당 대기업에 직접 묻는 것도 필요하다. 안전사고에 대한 처벌기준을 대폭 높이고 피해보상도 강화해야 한다.
경영자는 문책 대상에서 제외되고 현장소장이나 하청업체에 가벼운 벌금만 물리는 식의 솜방망이 처벌로는 되풀이되는 대기업의 안전사고를 막기 어렵다.
선진국은 ‘기업살인법’을 적용해 기업의 안전사고를 살인 행위로 보고 처벌한다고 한다.
정부는 법과 제도를 대폭 정비해 기업의 최고경영자부터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확고한 인식을 갖도록 유도해야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업재해 사상자 만년 1위라는 불명예를 벗을 수 있다.
정부와 기업들은 더 큰 사고가 나기 전에 반복되는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을 마련, 더 이상 무고한 인명이 희생되는 일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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