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기후…강한 바람타고 ‘기승’
무더워진 봄 탓…알레르기 등 비상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게 좋은데….”

김화선(38·청주시 상당구 우암동)씨는 석가탄신일에 이은 주말 연휴를 아이와 집 안에 갇혀 지내게 됐다.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고 있는 아이 때문. 김씨는 “온통 뿌옇게 뒤덮은 꽃가루 때문에 아이가 온 몸에 가려움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며 “올해 유독 꽃가루가 극성을 부리는 것 같다”고 전했다.

최근 도심 곳곳에 꽃가루가 뿌연 먼지처럼 날리며 생활의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 플라타너스와 소나무, 버드나무 등의 꽃가루가 생활 곳곳에 피해를 주기 때문. 올해는 한동안 ‘송홧가루’로 알려진 소나무 꽃가루가 시민들을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14일 청원군 오창읍 한 농촌 들녘에 봄철 도심을 뒤덮고 있는 송홧가루가 두꺼운 층을 형성한 채 떠있다. <사진/임동빈>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와 충북산림환경연구소 등에 따르면 4월 하순~5월 하순은 참나무와 자작나무, 소나무 등의 꽃가루가 집중적으로 날리는 시기다.

이 시기의 꽃가루 농도가 가장 높으며, 바람이 불 때 공중으로 날린 송홧가루 등이 코와 기관지로 들어와 알레르기성 호흡기 질환의 원인이 된다. 올해는 특히 건조한 기후와 강한 바람에 더욱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최근 꽃가루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기후변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 5월은 평년보다 기온이 2.8도 상승, 무더워진 날씨에 개화시기가 다른 나무들이 일시에 꽃을 피우고 있다는 게 산림환경연구소 등의 설명이다.

건조한 날씨에다 강한 바람을 타고 날리는 꽃가루로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은 물론, 웅덩이 등에도 노란 송홧가루가 썩은 물처럼 고여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지난 주말 산행에 나선 주부 강미영(34·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씨는 “꽃가루가 물에 녹지도 않고 흘러 길이 전부 노란 물로 물들었다”며 “날씨는 더워지는데 마스크, 장갑까지 하고 다녀야 해 여간 곤욕스러운 게 아니다”고 말했다.

세차장들은 뜻밖의 특수를 누리고 있다. 청주시내 한 세차장은 평일 오후에도 세차하려는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이 세차장 업주는 “최근 송홧가루가 기승을 부리며 평일에도 손님들이 몰리고 있다”며 “꽃가루 덕”이라고 말했다.

반면 꽃가루가 급증하면서 눈병과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도 늘고 있다.

청주시내 이비인후과 등에는 꽃가루로 인한 호흡기 질환 등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고 있다. 꽃가루는 1000분의 1에서 100분의 1㎜ 크기로 눈에 잘 보이지도 않으며 호흡기 깊숙이 파고들어 천식과 알레르기를 유발한다. 여기에 렌즈를 낀 눈에 꽃가루가 들어가 결막염 등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있다.

김승민 P이비인후과 원장은 “주로 콧물과 재채기 증상을 호소하는 알레르기성 환자들이 많다”며 “꽃가루 알레르기가 코에 발생하면 알레르기 비염이 되고 기관지에 발생하면 기관지 천식, 피부에 발생하면 아토피 피부염이 된다”고 설명했다.

대기 중 꽃가루 농도는 주로 따뜻하고 건조한 날, 바람이 부는 봄철 오전에 가장 높아지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꽃가루가 심한 날, 호흡기 환자들이 외출을 삼가고, 외출할 때에는 가급적 마스크 등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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