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자(수필가)

  늘 지나다니는 길목인 C대학 정문 앞에 언제부터인가 ‘잘 가르치겠습니다!’ 라는 플랜카드가 내 걸려 있다. 처음 대했을 때는 무슨 소린가 싶었는데 유심히 바라보며 지나다니다 보니 그것을 내 건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며 깊고 큰 뜻과 함께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우리 가족 중에도 두 사람이 이 학교를 졸업했으니 인연이 깊어, 늘 관심과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아 왔다. 이 학교가 취업률이 저조하다고 하여 걱정스러웠는데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 발표에 의하면 전국 국립대학 가운데 가장 눈부신 취업률 향상을 기록하여 주목받고 있다는 소식에 반갑고 고마운 마음을 금치 못했다. 지방대학이지만 명문대로서의 면모를 갖추어 간다는 생각에 믿음직스럽기도 하다.

  “잘 가르치겠습니다.” 이 말은 평생 내 가슴속에서 펄럭이던 초록색 깃발이기도 하다. 38년 교직생활에서 가장 절실한 염원이 아니었던가. 아니 그것은 나뿐만이 아닌 모든 교육자들의 사명이요, 희망이며 삶이었다. 남의 자식을 맡아 가르친다는 일이 얼마나 중차대한 일인가를 생각하면 새삼스럽게 소스라쳐 놀라 각성을 거듭하곤 하지 않았던가.

  이제 교단에서 물러나 객관적 입장에서 바라보는 교육계의 모습들이 희망적이기보다는 실망스러울 때가 많은 것은 나만의 기우는 아닌 듯싶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 초.중.고.교생 3만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응답자의 40.3%가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것으로 나타났단다. 10명중 4명이다. 가장 큰 이유로는 학업성적 때문이라는 학생이 41.8%로 제일 많았다. 입시에 내몰린 고 3 학생들의 고충을 왜 모르겠는가. 요즈음은 부모의 재력과 정보력을 다 동원해도 입시 전형을 잘 모를 정도로 복잡하다. 진학담당교사들조차도 파악을 다 못할 정도라니 누구를 위한 입시인가.
  이래저래 한국 학생의 행복도가 4년 연속 세계 꼴찌란다. 따라서 학부모의 행복도 역시 세계 최하위권인 것이다. 인생의 목표가 행복인 것을 모르는 이 없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우리교육의 병폐는 ‘입시(入試)교육’이라는 진단이 이미 내려졌고 그 치료가 시급하다는 것을 모르는 이도 없다.
 
  학교는 지금 ‘학교폭력’ ‘집단따돌림’ ‘자살’ 등으로 심하게 앓고 있으며 이런 것들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병리 현상들이 인성교육의 부재라는 것을 깨닫고 그에 대한 반성이 절실하다. 학업과 인성교육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룰 때 교육효과는 극대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성교육의 핵심은 교사와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다.

  “잘 가르치겠습니다.” 는 교육자만의 염원일 수 없다. 인성교육의 부재라고 학교만 탓 할 수 있는가. 이제 부모가 나서서 아이들을 사람답게 만드는 일에 앞장서야 할 때다. 부모들부터 변해야 이 위기를 극복 할 수 있지 않을까. 밥상머리 교육을 되살려야 한다. 바쁜 직장생활, 사회 활동으로 자녀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 것이 우리 실정이다. 하지만 가족이 함께 식탁에 모여 앉을 수 있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늘리고, 그 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면서 대화로 자연스럽게 인성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가족들이 함께 읽은 책에 대하여 이야기한다거나, 함께 그림을 그리거나 가족의 공통 주제를 잡아 토론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대화를 나누는 등 일상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인성교육이 이루어져 사회라는 공동체 속에서 원만하게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사람 만들기가 우선돼야한다.
  “잘 가르치겠습니다.” 는 어쩌면 우리가 가장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목표가 아닌가. 어느 기업에서는 매주 수요일을 ‘패밀리 데이’ 로 정해 놓고 직원들이 가족의 저녁식사시간에 맞춰 퇴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니 바람직한 일이며 훈훈한 이야기다.
  인성교육을 제대로 하자는 취지로 민간, 지자체, 기업, 정부, 국회 등 11곳이 뭉쳐 전남 장성에 ‘휴마트 인성스쿨’을 세운다고 한다. 전국의 아이들이 기차를 타고 와서 자연 속에 마음껏 뛰놀며 함께 예술, 문화, 체육 등 체험활동을 통하여 협동심, 배려심, 인내심을 배울 수 있게 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방학 동안에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패밀리캠프’도 운영된다니 기대해 볼 일이다.
  오늘이 스승의 날이다. 교사와 부모의 “잘 가르치겠습니다.” 는 합창에 배우는 학생들의 “잘 배우겠습니다.” 로 화답하는 교육풍토 조성으로 모두의 행복지수가 상승할 것이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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