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후 처음…소비침체·인구감소·투자위축 악재 겹쳐

 

 

한국의 경제 성장이 1990년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일본에 역전될 전망이다.

한국은 3년 연속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을 거듭하는 반면, 일본은 2년 연속 잠재성장률을 웃돌아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심각한 내수 침체에다 생산인구 감소와 투자 위축이 겹친 한국이 과거 ‘일본식 장기불황’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한국은행과 일본은행 등에 따르면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기 대비로 지난해 2.0%, 올해 1분기 0.9%를 각각 나타냈다.

한국도 지난해 2.0%, 올해 1분기 0.9%의 경제성장률을 보였다. 일본과 성장률이 정확히 일치한 셈이다.

한은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낮췄다. 일본은행은 올해 일본의 성장률 전망치를 2.9%로 높였다.

이 같은 양국 중앙은행의 전망치가 들어맞으면 한국은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한국 -5.7%, 일본 -2.0%) 이후 15년 만에 일본에 경제성장률이 역전당한다.

한국의 성장률은 그동안 일본을 줄곧 큰 차이로 앞질렀다.

일본은 외환위기 이후 4차례 마이너스 성장할 정도로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한국은 2009년 0.3%에서 2010년 6.3%로 ‘V자’ 반등한 이후 2011년 3.7%, 2012년 2.0%로 다시 고꾸라졌다.

잠재성장률인 3.6~3.8%를 3년 연속 밑도는 셈이다.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률에서 벗어난 일본은 2년 연속 잠재성장률(0.8%)을 웃돌아 올해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일본의 엇갈린 경제 상황은 내수 지표, 기업의 경기 인식, 주가지수, 대외 신인도 등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의 실질 가계소비지출 증가율은 지난해 2분기 1.1%에서 3분기 -0.7%, 4분기 -0.3%로 하락했다. 반면, 일본의 실질 가계소비지출 증가율은 지난해 9월 -0.9%에서 12월 -0.7%에서 올해 3월 5.2%로 급상승했다.

한은이 조사하는 제조 대기업 업황실적 지수는 2011년 6월 기준치(100) 아래로 내려와 현재 80이다. 24개월째 전년 동기 대비로 마이너스 행진이다.

일본은행이 조사하는 단칸(短觀)지수 가운데 제조대기업 업황실적 지수(기준치 0)는 2009년 3월 -58에서 올해 3월 -8로 회복했다.

한국 코스피지수는 2011년 5월17일 2,102.41에서 지난 16일 1,986.81로 2년 새 5.5% 내렸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이 기간 9,567.02에서 15,043.59로 57.2% 올랐다.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해 10월 12일부터 83일간 한국이 일본보다 낮았지만, 올해 3월 20일부터는 42일째 한국이 더 높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소비 침체, 투자 위축, 인구 감소 등 일본의 거품경제 붕괴 때 나타났던 현상이 대부분 한국에서 재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소비·투자 부진에서 비롯한 구조적인 내수 침체를 극복하지 못하면 ‘한국식 장기불황’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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