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출사기를 당했다는 한 회사원이 술집에서 기자에게 털어놓은 얘기.

그는 ‘○○금융’이라는 유명 금융기관 명의의 대출 관련 문자메시지를 받고, 전화를 걸었다가 사기를 당했다.

예전의 ‘대출가능, 연락주세요’ 등의 단순한 문구였으면 속지 않았을 것이지만, “일전에 진행했던 ○○캐피탈 △△입니다. 조정됐으니 연락바랍니다‘, ’고객님 앞으로 연 7% 1000만원 승인 났습니다‘ 등의 메시지에 이른바 ’배운 사람‘도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어눌한 수법은 간데없이 요즘은 너무나 세련된 모습으로 돈을 바치게 한다”며 그는 연신 술을 들이켰다.

충북지역의 대출사기는 여전히 심각하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도내에서 발생한 대출사기는 257건, 피해액은 10억2000만원에 달한다는 경찰의 집계도 있다.

기승을 부리는 대출사기, 요즘의 사기방식은 정말 얄밉다.

‘돈을 빼앗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내 손으로 사기범들에게 돈을 가져다 바치는 식’으로 당한다. “눈 뜨고 코 베어 간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선납이자나 보증료, 수수료 등을 받아 챙기고 사라지는 수법에서 요즘은 통장사본과 신분증, 공인인증서 아이디·패스워드 등을 요구해 본의 아니게 대출사기에 연루되는 2차 피해도 양산된다. 대출사기범들이 받은 신분증 등으로 이른바 ‘대포통장’을 만들어 범죄에 악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욱 얄미운 것은 대출사기 피해자들을 대하는 금융기관의 태도다.

기자와 만난 사기 피해 회사원은 사기를 당한 뒤 화가 나 문자메시지에 있던 금융회사에 항의전화를 걸었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우리도 피해자”라는 핀잔뿐이었다고 했다.

“스팸문자를 보낸 적도 없을뿐더러 회사에 확인도 안 해보고 무작정 피해를 입었다고 해도 책임질 이유가 없다”는 게 회사의 대답이었다.

시민들이 하루에도 수차례씩 받는 대출 관련 문자메시지 중 유명금융기관을 사칭하는 메시지가 대부분이지만, 실제 사칭이 아닌 경우도 있다. ‘강 건너 불구경’하기 보단 피해자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인간적인 금융기관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이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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