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식 충북대 사범대학장

청주청원통합추진위원회는 통합청주시 4개구 구역 확정안을 심의 의결하였다. 이제는 구 이름에 대한 결정만 남겨 놓은 상태이다. 이름 명명과 관련하여 오랜 기간 지명을 연구한 학자로서, 이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지명 명명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요소는 역사성과 지역 홍보성이다. 이 두 가지 기준은 언뜻 관련 없어 보이지만, 지역에 터 잡아 살아가는 주민들로 하여금 애향심과 자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가구역에 대한 최종 명칭은 주성(舟城)’, ‘청원(淸原)’, ‘초정(椒井)’이다.

주성(舟城)’청주에 대한 다른 이름으로, 청주 지역이 배 모양이라는 데서 유래하였다. 이 이름은 정식 명칭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별칭으로, 청주 전체를 가리킨다. 따라서 청주시의 한 구에 청주 전체를 가리키는 명칭을 붙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혹자는 주성을 행정동인 오근장동에 포함된 법정동 주성동(酒城洞, ·가 아닌, ·)’과 관련시키고 싶어 한다. ‘주성동(酒城洞)’은 수름재 밑에 있는 마을이다. 따라서 주성동(酒城洞)’수름재로 인해 붙은 이름이다. ‘수름에 대해서는 ()’, ‘수리(독수리)’, ‘’(‘봉우리꼭대기의 뜻), ‘쉬는과의 관련된 어원설이 있다. 이 중 주성동(酒城洞)’()’과 관련된 명칭이다. 그렇다면, ‘수름재와 관련된 주성동(酒城洞)’이 과연 역사성이나 지역 홍보성 차원에서 한 구를 대표하는 이름이 될 수 있을까? 우리는 이에 대해 그다지 동의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다음으로 청원(淸原)’이다. 이 또한 14개 읍면으로 되어 있는 청원군 전 지역을 가리키는 이름이니, 한 구에 대한 명칭으로 맞지 않다. 만일 이것으로 정해지면, 먼 미래 우리 후손들이 통합시 이전의 청원군이 통합시 중 가구역과 동일 지역으로 오해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이 명칭도 두 가지 기준에서 볼 때 만족스럽지 않다.

마지막으로 초정(椒井)’이다. 초정은 세종대왕이 행차한 곳이다. 대왕은 세종 25(1443, 47) 12월에 훈민정음(한글)을 창제하였다. 대왕은 한글 창제 후 2개월만에 왕후와 만조백관을 거느리고 초정에 내려 왔다. 따라서 초정은 훈민정음 창제 과정을 기록한 훈민정음 해례본’(세종 28, 1446 발간)의 기초를 닦은 연구 마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제반 업무가 이곳에서 이루어진, 임시수도와 기능을 수행하던 곳이다. 또한 초정은 일찍이 약수가 용출하던 곳이다. 그러기에 이름 또한 초수(椒水)’가 아닌가? 초정 약수에 대한 기록은 신증동국여지승람을 비롯한 20여 종의 문헌에서 발견된다. 시문 또한 방대하다. 방문중의 초수를 비롯하여, 신숙주의 호종청주차예천현판20여 명의 시인들이 초수를 찾아 노래하였다.

대한민국의 어느 고을이 초정을 능가하는 역사성과 지역 홍보성을 지녔는가? 대한민국의 어느 지역이 가장 걸출한 임금과 최고의 지성인들로부터 초정 이상의 사랑을 받았는가? 어디에 내 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이름 초정을 사랑하지 않을 사람이 그 누구인가? 이 정도 이름이면 한 구의 명칭을 넘어 시 전체의 이름으로도 손색이 없다. 지명은 한 번 붙게 되면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지명 명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누구나 공감하는 이름, 후손들에게 물려주어 부끄럽지 않은 이름이 무엇인지 우리 모두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필자의 지명 관련 연구

北二面誌(2002)(공저, 집필위원장으로 지명편등 집필) 淸原郡誌(2006) (공저, 집필위원으로 지명편집필) 디지털청주문화대전(2006) (공저, 집필위원으로 지명편집필) 內秀邑誌(2007) (공저, 집필위원장으로 지명편등 집필) 지명연구방법론(2008) (단독 저서, 박이정) 청원군지명유래(2008) (단독 저서, 일광) 증평군지명유래(2010) (단독 저서, 디자인뱅크) 기타 지명 논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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