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꽃밭 가꾸는 75세 김옥순 할머니

10년째 길거리 화단의 잡초를 뽑고 꽃을 돌보는 할머니가 있다.

영동군 영동읍 동정리 가마실주공아파트에 살고 있는 김순옥(75) 할머니.

김 할머니는 10여년 전부터 주인 없는 도로변의 꽃밭을 가꿔 이웃들에게 아름다운 환경을 선물하는 재미로 산다.

매일 아침 도로 옆 화단의 영산홍과 꽃잔디를 가꾸는 백발의 노인을 주변에선 ‘꽃 가꾸는 할머니’, ‘풀 뽑는 할머니’로 부른다.

김 할머니는 지팡이를 짚고 움직여야 할 정도로 불편한 몸이지만 하루도 쉬지 않고 동네 도로변의 잡초를 뽑는다.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지만 풀을 뽑고 꽃을 가꾸는 할머니의 표정은 붉은색 꽃을 피운 연산홍처럼 아름답다.
주변에선 김 할머니의 정성어린 손길 때문에 이 무렵이면 마을 전체가 꽃 대궐을 이룬다며 이웃을 위해 10년 넘게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할머니가 존경스럽다고 칭송이 자자하다.

“공치사를 바라고 한 일은 아니야. 지나는 사람들이 잘 정비된 화단의 꽃을 보고 좋아하면 그걸로 됐어.”

김 할머니는 10여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져 재활치료를 받기 위해 보건소를 왕래하던 중 도로변 화단에 무성하게 자란 풀을 보고 뽑기 시작했다.

특히 젊은 시절 남편과 사별하고 슬하의 자녀들이 출가하면서 찾아온 허전함도 길거리 꽃밭을 가꾸면서 달랬다.

비가 오는 날 말고는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는 일과다.

최근에는 허릿병이 도져 지팡이를 짚고 생활하면서도 꽃 가꾸는 일을 거르지 않는다.

지병으로 말이 어눌해 주변 사람들과 대화와 소통이 잘 되지 않아 꽃을 가꾸고 풀을 뽑는데 더욱 정성을 쏟아 부은 것으로 보인다.

“나이가 드니까 잠도 없고, 운동도 할 겸 해서 아침부터 시작 한 것이 벌써 10년째네.”

풀을 뽑다 보니 건강도 좋아지고, 아름다워진 화단을 보면서 기분까지 좋아졌다.

덕분에 김 할머니의 손길을 스쳐간 길거리 화단은 잘 가꿔진 영산홍과 꽃잔디가 우거져 아름다움을 뽐낸다.

이곳에선 지역주민 들이 삼삼오오 모여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도 많아졌다.

영산홍의 꽃말은 ‘첫사랑’이다. 꽃말처럼 따뜻하고 애잔한 봄을 기다린 사람들의 마음을 녹여준다. 영산홍 꽃은 4~5월 핀다. 붉은 것은 영산홍, 자색인 것은 자산홍, 흰 것은 백영산이라 부른다.

꽃잔디는‘지면패랭이’라고도 부르며 꽃말은 ‘희생’이다.

꽃을 가꾸는 김 할머니의 마음은 두 꽃말(첫사랑·희생) 만큼이나 아름답다.

마을 이장인 안창열(57)씨는 “김 할머니의 정성어린 손길 때문에 이 무렵이면 마을 전체가 꽃 대궐을 이룬다”며 “이웃을 위해 10년 넘게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할머니가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잘 가꿔진 화단은 보는 사람들의 마음과 기분을 즐겁게 한다”며 “나는 운동을 해서 좋고 이웃들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으니 서로 좋은 일이 아니겠냐”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많은 사람이 꽃을 감상하고 사진도 찍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덩달아 흐뭇하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데까지는 계속 이 일(풀 뽑기)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손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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