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 경찰조사 등 여러 상황 대응책 고심 중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기간 인턴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11일 기자회견 이후 보름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은 현재 경기도 김포 자택에서 향후 미국 현지 경찰조사 등 여러 상황에 대비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변인은 지난 11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하림각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한 뒤 같은 날 오후 김포 자택으로 귀가했다.

윤 전 대변인은 당시 기자회견을 자청해 피해 인턴 여성의 "허리를 툭 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9일 급거 귀국한 직후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조사에서는 피해자의 "엉덩이를 만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진술이 사실이라면 불과 이틀 만에 말을 바꾼 것이다.

이후 2차 성추행이 있었다 등 윤 전 대변인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과 사실 관계가 다른 여러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고, 그는 보름째 자택에서 칩거하며 외부 상황을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변인은 평소 친하게 지낸 몇몇 지인과 휴대전화로 연락하며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향후 미국 현지 경찰 조사에 대한 대책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칩거 이후 한때 모바일 메신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윤 전 대변인의 신변 이상설이 수차례 나돌았지만 모두 허위사실로 밝혀졌다.

경기도 김포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26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윤 전 대변인이 자택에서 계속 칩거 중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사실 관계를 정리하며 여론이 수그러들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칩거가 오래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 전 대변인 스스로 미국 경찰에 자진출석을 하지 않는 이상 그는 여론의 추이를 살피며 '시간 끌기'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경찰이 한국 당국에 청와대 관계자 조사 등의 수사 협조를 요청하거나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추가 혐의를 확보해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려면 최소 수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피해 여성이 한국 경찰에 직접 고소할 경우 윤 전 대변인은 국내에서 즉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윤 전 대변인의 칩거가 길어지면서 10여 일 넘게 자택을 지키던 취재진도 사실상 철수했다.

지난주부터 통신사·신문사 기자와 사진기자들이 현장에서 빠졌으며 일부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방송 카메라 기자들도 며칠 전 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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