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중 3학년 허 남 웅 군

“저는 아버지가 소방공무원이란 것이 자랑스럽고 그 누구보다 제일 존경 합니다.”
현직 소방관의 아들은 역시 남달랐다.
위험을 무릅쓰고 화재진압에 나선 현직 소방관의 중학생 아들에게 소방방재청장 표창이 수여됐다.
충북 영동의 한 주택화재에서 용감한 초동대응으로 불이 번지는 것을 막은 영동중 3학년 허남웅(16)군.
허군은 지난 1일 오전 8시 55분께 학교운동장에서 체육활동을 즐기던 중 인근 주택 2층에서 검은 연기와 함께 불길이 치솟는 것을 목격했다.
허군이 교실 안에 있던 휴대용 소화기를 들고 화재 현장에 도착했을 때 부엌에서 시작된 불길은 이미 벽과 지붕으로 번진 상태였다.
부엌 안에는 LPG가스통까지 있어 자칫 폭발사고 등도 우려되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소화기 안전밸브를 연 허군은 평소 학교에서 배운 대로 불길을 향해 소화분말을 뿌렸다.
“소방공무원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평소 화재 대응 요령이나 소화기 사용법을 익혀 둔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소방관들이 현장에 출동할 때까지 허군은 5분 가까이 불길과 힘겨운 싸움을 벌였다.
화재현장에 도착한 소방관들은 깜짝 놀랐다. 한 학생이 한 학생이 교복차림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불을 끄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은 벽과 지붕 일부만 태운 뒤 출동한 소방관들에게 의해 10여분 만에 진화됐다. 허군의 적절한 초기대응 때문에 불길이 크게 번지지는 않은 상태였다.
이러한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허 군의 침착하고 신속한 조치로 불길의 확산과 인명 및 재산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셈이다.
박민호 화재조사관은 “현장에 도착해 보니 한 학생이 소화기를 들고 화재진압을 하고 있었고, 당시 가스가 새 나와 위험하고 초기 진화를 하지 않았으면 인근 주택으로 확대될 아찔한 상황이었다”며 “허군이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고 말했다.
허군은 영동소방서 예방안전과 허창구(43) 소방위의 장남이다.
허씨는 평소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간혹 화재현장에 아들을 데리고 나가 대응요령 등을 가르쳤다.
또 소방서에서 실시하는 각종행사(어린이날 큰잔치, 119한마당 축제 등)에 참여해 소화기 체험, 심폐소생술 등을 익힌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이 때문에 화재현장을 목격하고도 두려워하지 않고 신속한 화재 진화로 자칫 대형화재로 이어질 뻔한 화재를 초기에 진화할 수 있었다.
허씨는 지난 2010년 소방방재청과 한국화재보험협회가 공동주최한 ‘소방안전봉사상’ 대상 수상자로, 당시 ‘화재와의 전쟁’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공적으로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소방방재청은 부자를 초청해 표창 수여와 함께 모범적 활동을 격려하고, 허군의 사례가 지역사회에 안전문화를 뿌리내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허군은 “소방서 공무원인 아버지가 불을 끄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며 “그래서 불이 난 걸 보고 먼저 현장에 뛰어들었고, 친구 2명이 소화기 3대를 추가로 날라다 줘 불을 껐다”고 말했다.
또 “평소 분말소화기 사용법 등 화재진압 요령에 대해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손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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