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살인 사건의 범인이 범행 현장에 남긴 지문 일부 때문에 덜미가 잡혔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커피숍 여주인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고모(40)씨를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 2000년 10월 29일 오후 3시께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커피숍에서 주인 손모(당시 55세·여)씨의 목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씨는 차를 주문하지 않고 계속 물만 가져다 달라고 했다가 손씨로부터 "재수 없다"는 말을 듣자 홧김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경찰은 커피숍에 있던 물컵에서 지문을 발견했으나 극히 일부인데다 뚜렷하지 않은 탓에 분석이 쉽지 않아 수사를 진전시키지 못했다.

경찰은 그러다 지난 1월 진화한 감식 기술을 활용해 정밀 재감정을 벌여 고씨를 범인으로 특정했다.

고씨는 2006년 5월 9일 오후 1시께 서울 금천구에 있는 김모(당시 33세·여)씨의 자택에 침입, 90여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치고 이를 목격한 김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강도 살인미수)로 검거돼 경북 포항에서 7년째 복역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고씨가 오후 시간에 자신의 주거지 근처에서 여성을 상대로 범행한 점, 과도를 이용해 피해자의 목 부위를 찌른 점 등 두 사건의 수법이 유사한 것에 주목해 고씨를 집중 추궁,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고씨는 2000년 범행 당시 이미 강도상해, 특수절도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5년 6개월을 살다 광복절을 맞아 가석방으로 출소한 상태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고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후 피해자가 자꾸 꿈에 나와 불면증에 시달렸다"며 "피해 가족을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했는데 다 자백하고 나니 마음이 편안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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