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제정취지 공감…대부분 특권 내려놓기 거부
정부 대통령령 제정…일부 기초의회만 시행·운영

충청권 광역의회가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 제정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0년 11월 2일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8조에 따라 지방의회의원이 준수해야 할 행동기준을 특별히 규정하기 위해 대통령령으로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을 제정했다.

하지만 본격 시행에 들어간 2011년 2월 3일부터 2년여가 지난 현재 244곳의 조례제정 대상 지방의회 가운데 기초의회 17곳만 제정해 운영하고 있는 상태다.

또 61곳은 제정을 추진 중이지만 나머지 166곳은 조례제정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권에서는 진천군의회가 전국 최초로 조례를 제정했으며, 옥천군과 충남 천안시·태안군 등 4곳뿐이다.

나머지 지방의회는 서로 눈치를 보면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 위축으로 지방자치제도가 훼손될 것이라는 이유 등으로 대통령령에 따른 ‘자체 행동강령’ 제정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

광역의회의 경우 단 한 곳도 조례제정을 완료한 곳이 없다.

현재 부산시의회와 대구시의회, 경기도의회, 세종시의회가 추진의사를 밝혔으나 대전시의회와 충북도의회, 충남도의회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국 광역의회 가운데 처음으로 행동강령을 제정할지 주목을 받았던 경기도의회는 최근 운영위원회에서 통과한 ‘경기도의회의원 행동강령 조례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겉으로는 ‘윤리강령 중복’에 대한 반발을 내 세우지만 속내는 ‘특권 내려놓기’ 거부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충청권 광역의회 내부에서도 행동강령 도입에 대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한 도의원은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의 내용들은 이미 지방 자치법 38조에서 제정을 의무화한 ‘지방의회의원의 윤리강령 및 실천규범’과 지방자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지방의원의무와 그 내용이 매우 흡사하다”며 중복규제를 이유로 들었다.

한 시의원은 “행동강령 내용이 경조사 통지 기준까지 세세하게 정해 마치 지방의원들을 잠재적 비위 행위자로 간주하는 것 같다”며 “국회의원에게는 막강한 권력을 제공하면서 유독 지방의원에게만 지나친 제한사항을 두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반면 다른 도의원은 “지방의원들이 권한을 스스로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줄 때 지방자치의 투명성과 장점을 주민들에게 알릴 수 있다”며 “비리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한 내용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선출직 의원으로서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라며 찬성했다.

곽영교(대전시의회 의장) 전국시도의장협의회 사무총장은 “4차 전국시도의장협의회 임시회에서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 제정에 반대한다는 공식 의견을 채택했다”며 “하지만 지방의회 윤리의식에 대한 자정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부 목소리가 존재, 의원들이 자체적인 토론을 벌이고 있는 만큼 내부적 입장 정리가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방의원들의 직무와 관련된 위원회 활동시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을 준수토록 촉구하고, 올해부터 시행하는 청렴도 평가때 지방의회의 자체 행동강령 조례 제정 여부 등을 실적지표로 반영하는 등 지방의회에 대한 행동강령 이행실태를 점검할 계획이다.<홍성/박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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