늬들 정말 내가 바보로 보이니?

 

북 특수공작원 김수현 ‘바보 임무’ 남파

저능아 ~ 냉철한 간첩 ‘류환’ 연기 눈길

웹툰 원작 캐릭터와 싱크로율 100%

화려한 액션 백미… 명품 조연 활약 기대

 

 

‘1일 3회 이상 1인 이상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실감 나게 넘어질 것. 2인 이상이 보는 앞에서 노상에 월 1회 소변을, 6개월에 1회 대변을 볼 것.’

북한의 남파 특수공작 5446부대 오성조 3조장 원류환(김수현 분)의 침투 임무는 다름 아닌 달동네 바보 방동구. 류환은 남한에 온 지난 2년간 동구로 살며 동네 꼬맹이들이 던지는 짱돌을 맞고, 콧물을 줄줄 흘리고, 툭하면 넘어지며 살았다.

류환의 라이벌이자 북한 최고위 간부 리무혁의 서자인 ‘리해랑’(박기웅)도 오디션에 합격해 로커가 되는 임무를 띠고 같은 달동네로 급파됐다.

그리고 또 한 명, ‘5446부대의 전설’ 류환을 동경한 ‘리해진’(이현우)이 순진한 고등학생 얼굴을 하고 달동네로 잠입한다. 해진의 임무는 류환과 해랑을 감시하는 일.

별다른 임무 없이 시간은 흘러가고 점점 달동네 사람들과의 일상에 익숙해질 때쯤, ‘위’에서 5446부대원에게 전원 자결하라는 명령이 내려온다.

갑작스러운 명령이 당황스럽지만 어머니만 당에서 계속 돌봐준다면 기꺼이 따를 준비가 된 류환은 당으로부터 이를 확답받고 싶어 하지만 그 자체가 이미 ‘명령 불복종’이다.

결국 이들 3명을 처단하기 위해 북한에서 5446부대 총책임교관 ‘김태원’(손현주)이 내려온다.

누적 조회수 2억5000만건을 기록한 인기 웹툰 ‘은밀하게 위대하게’(감독 장철수)가 영화로 재탄생했다. 원작의 인기만큼이나 톱스타 김수현이 첫 주연을 맡은 영화라는 점에서 제작 단계부터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도 탄탄한 원작의 힘과 함께 웹툰 속 원류환이 그대로 스크린으로 뛰쳐나온 것 같은 김수현이라고 할 수 있다.

김수현은 녹색 트레이닝복에 덥수룩한 머리를 한 동네 바보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북한 최정예 스파이의 모습까지 완벽하게 원류환으로 분했다.

바보 같은 표정을 지으며 실실 웃는 동구와 냉철한 간첩 류환을 수시로 넘나드는 폭넓은 연기를 선보인 김수현은 복잡한 내면을 눈빛에 담아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마음껏 뽐낸다.

“가장 큰 부담은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서 실패하지 않는 작품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것”이라는 감독의 말처럼 이미 수많은 팬을 거느린 인기 웹툰을 영화화한다는 것은 그만큼 원작과의 끊임없는 비교를 감수해야 할 터.

영화는 배경인 달동네를 비롯해 원작을 비교적 충실히 스크린에 옮겨놨다. 물론 김수현을 포함해 원작 캐릭터와 싱크로율 100%를 자랑하는 주연 배우들의 캐스팅도 한몫한다.

하지만 영화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이중스파이’가 국정원 대북팀장으로 밋밋하게 표현되는 등 원작의 디테일한 부분이 간략히 표현된 점은 다소 아쉽다. 15세 이상 관람가를 의식한 듯 원작에서 다양하게 표현된 각 조장의 특수 무기도 사라졌다.

대신 영화 ‘아저씨’의 박정률 무술감독이 합류해 날렵하고 화려한 ‘맨손 액션’을 스크린에 담아냈다.

특히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빗속 손현주와 김수현의 액션신은 김수현의 바보 연기와 함께 영화의 백미로 꼽을 수 있다.

고창석, 김성균, 장광, 신정근, 홍경인 등 명품 조연의 탄탄한 연기도 빛난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2010)로 주목받은 장철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6월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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