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례 보은 회남초 교감

 산과 들과 호수에 꽃 그림자 물들던 계절이 훌쩍 지나고, 꽃비가 쏟아지자 안도의 숨을 돌리며 다시 마음이 튼실해지는 신록의 5월도 소리 없이 달리고 있다. 떠오르는 태양에 반짝이며 탱탱히 물오르고 있는 새순들의 두런거리는 소리에 깨어나서, 동창을 활짝 열어 제치기 좋은 요즘이다.

연둣빛 눈부심을 바라보기만 하여도 마음의 비타민이 퐁퐁퐁 솟아날 것만 같은 5월의 아침이다. 그런데 이 싱그러운 아침부터 어젯밤에 일어난 참담한 수사관련 사건들이 거실 가득 소란스럽다. TV 채널을 이리저리 휙휙 돌려봐도 신통방통한 얘기보다 차마 귀담아 들어줄 수 없는 범죄들이 아침부터 국민들을 긴장시킨다.

동방예의지국과 백의의 민족으로 불려지며, 예절과 배려와 겸손을 미덕으로 삼아 왔으며, 인성지강(人性之綱)을 으뜸으로 여겼던 이 민족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는지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고민이 아닐 수 없다. 4월 초순에 뿌려 놓았던 꽃씨들이 움을 틔우며 각양각색의 꽃을 피울 준비로 소란스런 꽃밭과, 여러가지 채소들이 다투어 움을 틔우는 텃밭사이에서 잠시 발을 멈춘다.

자연이 사람에게 이토록 싱그러운 에너지를 공급하듯이 사람들도 서로간의 companion비타민을 풍족히 나눠 먹으며 자연에 못지않게 아름답게 살아야 할 것이다. 적어도 사람의 탈을 썼으면 해서는 안 될 일과 말은 분별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윤리와 도덕의 부재시대를 살아가면서 아마도 우리는 한솥밥 작은 공동체가 지키고 나아갈 몇 가지 중요한 수칙을 망각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주 간단하고 쉬운 중요한 삶의 원리를 점점 잊어가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첫째는 신뢰의 두레박이다.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믿음의 기반이 허물어지는 소리가 들린다고들 말한다. 기이하고도 섬뜩한 사건정보나 뉴스들을 바라보며 모두가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족끼리 사제지간에 이웃사촌끼리 거리감이 생겼으며, 지도자와 국민들 사이에 불신감이 팽창하여 내려왔다.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공동체 companion비타민 나눠 먹기를 언제부터인가 잊고 있는지도 모른다,

작은 조직부터 신뢰관계를 다시 구축하여 어떠한 갈등 속에서도 불신에서 파생되는 무섭고 커다란 파멸의 결과를 조속히 막아야 할 것이다.

둘째는 이해의 로드맵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를 되뇌며 서로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며 이해하려는 마음을 다져서, 가족을 담아두고 세상을 담아두고 이웃을 담아둘 수 있는 영혼의 두레박을 우리 모두는 준비할 필요가 있다. 자기 영혼의 두레박을 무한정 내려놓을 수 있는 양보정신과 상대방을 최대한 이해하려는 배려의 사다리가 병행하여야 할 것이다. 넓은 아량의 이해심과 겸손의 배려심은 가족과 이웃과 국민의 마음을 열어주는 황금열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기본예절은 필수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정중함과 상냥함이 필수적으로 배재되어야 할 것이다. 자기 자신의 손해를 감수할 수 있는 봉사적이고 이타적인 태도가 필요한데, 나만의 욕심에 눈이 어두워 순간적으로 상황판단이 흐려질 때, 가족을 상해할 수도 이웃을 살해할 수도 있는 극단적인 이기심이 발동되는 것이다. 이기심보다 이타심을 우선으로 하는 기본예절을 국민정신 덕목으로 삼음이 마땅하다.

가정의 달 오월 속에서 올해도 사람들은 이리저리 분주한 행보를 하고 있다. 아무리 다양한 행사와 값비싼 선물들이 오고가더라도, 가족간에 사제지간에 이웃간에 퐁퐁퐁 쏟아지는 companion 비타민이 부재한다면 그 풍부한 물질들이 다 무슨 소용 있으랴! 이제는 값비싼 백화점 선물 대신 마음의 선물을 풍족히 준비 할 때이다.

앞으로는 어린이날 선물대신 가족끼리 오손도손 요리를 하여 나누고, 어버이날 선물대신 정중한 절을 자주 올리고, 스승의 손을 잡고 은혜를 회상하며 옛날의 금잔디를 불러드리면 어떨까? 하늘의 별은 보이지 않는 시대에 살더라도, 마음속에 쌓아 두었던 생의 은하수들을 아낌없이 쏟아놓으며 companion비타민을 풍족히 나눠 먹어야 할 때이다. companion비타민은 믿음과 이해와 배려의 동인 자리로 나아가게 하는 힘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새벽이슬 맞으며 함초롬히 자라날 일년생 화초보다도, 들판마다 충실하게 자라날 연둣빛 벼포기의 싱그러움보다도 더욱 아름다워야 하는 것이 사람의 관계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달이 가기전에 희망의 싱그러운 아침을 마시자! 희망은 근심, 슬픔, 고통 실패를 통과함으로써 더욱 선명하게 다가 올 것이므로, 그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의 손을 잡고 인내의 다리를 건너게 할 것이다.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초원의 빛을 닮은 마음의 비타민이 흠뻑 스며들어 화기치상(和氣致祥)하는 계절이 되기를 기원하면서….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