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자(수필가)

 지인이 보내온 이메일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외국 여성들이 본 한국여성’ 이라는 제목으로 외국여성들이 우리나라 여성들의 현실을 제대로 꿰뚫고 비판하고 있었다.
 한 독일여성은 ‘독일 여자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분야에 골고루 관심을 넓혀 가는데 비해 한국 여자들은 오로지 결혼, 명품, 성형, 연예인, 사생활, 화장 등 경제발전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것에만 관심을 두고 산다.’ 고 비평했다.
 또 ‘개인주의로 자기 이익만 추구하고 남을 돕고자하는 마음이 별로 없다.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만 사는 건 너무나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여자들은 내면은 빈 깡통인데, 외모만 가꾸고, 남자가 다 챙겨주길 바란다. 외모가 예쁠수록 자기는 높은 사람이라 여기고, 능력 있는 배우자와 결혼하기만을 바란다.’ 고도 했다.

 어떤 미국 여자는 이렇게 비난했다. ‘한국여성은 성형에 눈이 멀어있다. 세계 유일하게 대출까지 하면서 성형하는 여자는 한국여자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까지 성형을 고집하는 이유를 도통 알 수가 없고 이해하기가 힘들다. 서울거리의 한국여자들 얼굴을 볼 때면, 개성이 없고 공장에서 찍어낸 듯 전부 다 똑같아 보인다.’
 
  어느 스페인 여자는  ‘한국 여대생들은 명품가방에 환장한 여자들이다. 대학생이 무슨 돈이 있다고 명품가방을 들고 다니는가? 명품가방을 사기 위해 밤에는 술집 다니고, 낮에는 대학생인 척하는 한국여자들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책도 안 들어가는 명품 백을 왜 굳이 선호하는 것인가? 멍청한데다 허영심만 가득하다. 정신 차려라. 현실은 시궁창인데, 겉치장에만 들어가는 돈은 그에 맞지 않게 지나치다. 명품가방을 들고 있으면 마치 자기가 그 정도 되는 레벨인줄 크게 착각한다. 명품가방이라도 들고 다니지 않으면 무슨 패배감 같은 기분이라도 드는 걸까? 물론 스페인 여자들도 명품가방을 좋아하지만 한국여자처럼 심하지는 않다. 유행에 무조건 따라야하고 열등의식에 사로잡혀 사는 한국여자가 불쌍하다.’
   우리나라 여자가 다 이렇게 비난 받을 사람만은 아니다. 건전하고 아름답게 생활을 가꾸어 가고 현명하고 알뜰하게 살림을 꾸려나가는 여자가 대부분이지만 일부 몰지각한 여자들 때문에 이런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성형이라면 쌍꺼풀이나 콧대를 세우는 정도를 의미했었다. 이제는 턱을 깎고 빰을 부풀리고, 이마성형, 뒤통수 성형까지 끝이 없다. 자신의 몸을 이렇게 학대해도 되는 것일까. 연예인 대부분이 얼굴 뜯어고치기에 경쟁이라도 하듯 하니 이런 비판이 나올만하다. 요즈음은 TV앞에 앉으면 ‘저 여자는 어디를 고쳤나?’ 뜯어보는 버릇이 생겼을 정도니 말해 무엇 하랴. 연예인은 연예인이라서 그렇다 치지만 일반 여자들도 성형에 몰두하는 이가 많다. 생명을 담보하고 수천 만 원의 돈을 들이니 ‘성형천국 대한민국’이라는 말까지 생겨나지 않았는가.
   프랑스는 2005년부터 성형광고를 못하게 금하고 있으며, 영국은 성형외과 의사들이 자진하여 성형 광고를 못하도록 촉구하는 현실인데. 우리는 성형을 부추기는 현실이니 이에 대한 시정이 절실하다.
  외모가 큰 경쟁력인 외모지상주의시대를 살아가지니 지나친 다이어트로 건강을 해치는가하면 지나친 화장으로 천박하기까지 하니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기 보다는 오직 겉치레에 치중해 있다는 말이 틀리지만은 않다.

  수천 만 원에서 수백 만 원하는 명품가방을 들었다고 그 사람의 인격이 높이지지 않는다.
가방의 실용성은 무시하고 비싼 돈으로 산 명품 가방은 그저 허세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성인 여성 10%가 쇼핑 중독이며, 이로 인한 빚 때문에 자살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빚은 생필품을 구매하면서 생긴 빚이 아닌 것이다. 거의 모두 명품 백을 포함한 고가의 명품 브랜드 때문에 생겼다고 보는 편이 더 맞다는 것이다.
  얼마 전 박근혜대통령의 손지갑이 화제가 됐었다. 연보라색에 나비장식이 달린 소산당 제품 누비지갑의 값은 4천원이었다. 실용성에 예쁘기까지 한 그 지갑이 불티나듯 팔려 품절이 되었다니 흐뭇한 소식이다.
  이제는 남이 명품 백을 들었다고 나도 따라해야 하는 어리석음에서 깨어 나야한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과시욕보다 실속을 따지는 가치 소비로 바꾸어야 한다. 외국여성들의 비판을 부끄러워하며 겉치레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소박하나 품위 있는 여성상을 그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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