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누구에게 얼마나 줘야 할지 정부 아직도 고민

'기초연금을 누구에게 얼마나 줘야 하나?'라는 문제를 두고 정부가 아직도 고민중이다. 마음 같아서는 원하는 대로 모두에게 다 주고 싶은데, 곳간이 넉넉하지 않아 후하게 인심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에게도 기초연금을 줘야 하느냐?'는 논란이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전부터 현안으로 대두했던 이 문제는 새 정부 출범 100일을 앞둔 현재도 여전히 최대 골칫거리중 하나다.

애초 박근혜 대통령은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일괄적으로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해 노후를 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노인 표를 얻으려고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국가가 노인의 노후를 보장하는 보편적 노인복지의 발걸음을 뗐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천문학적인 재정부담으로 장기적으로 뒷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론이 부상하면서 기초연금 공약은 후퇴했다. 즉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 지급'에서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주기는 하되, 소득수준과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4개의 그룹으로 나눠 내년 7월부터 최하 월 4만원에서 최고 월 20만원까지 차등해서 지급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엄청난 후폭풍이 뒤따랐다. "국민연금에 가입했다고 해서 기초연금을 차등해서 주는 게 말이 되느냐"는 불만과 차별론이 터져 나왔다.

게다가 인수위가 기초연금의 재원으로 국민연금 재정의 일부를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까지 흘러나오면서 이 문제는 인수위 의도와는 달리 엉뚱하게도 국민연금 불신을 부채질하는 방향으로 증폭됐다.

박 대통령이 나서 기초연금 재원은 세금으로 충당한다고 교통정리를 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여진은 남아 있다. 국민불신에 시달리던 국민연금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초연금 논란의 유탄을 맞아 휘청거렸다.

하지만 인수위에서 가닥을 잡고 최종 확정된 줄 알았던 기초연금 차등 지급방안이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논란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고 되살아나는 분위기이다.

그 최일선에 새 정부의 복지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실탄을 마련하느라 골몰하는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가 버티고 서 있다.

'증세 없는 복지확대'라는 난제를 풀려고 기획재정부는 세출 조정 등 갖은 수를 써서 박근혜 정부 4년 반 동안 필요한 복지재정으로 가까스로 135조원의 복지예산을 짜내는 등 재정운용의 밑그림은 일단 그렸다. 기획재정부는 현재 세부적으로 복지재원을 어느 분야에 얼마만큼 쓸 것인지, 재원 배분문제를 두고 막판 계수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장기간에 걸쳐 엄청난 재정투입이 불가피한 기초연금의 수급대상과 액수를 손질하지 않을 수 없다는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4~20만원의 기초연금을 차등 지급하는 인수위 안에서 한 발짝 물러나 대상 범위를 더 좁혀 지금과 비슷하게 소득 하위 70~80% 노인에게만 기초연금을 주는 쪽으로 논의의 물꼬를 틀고픈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조만간 보건복지부를 포함한 각 정부부처에 복지재정 운용 가이드라인을 내려줄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기초연금 재원으로 얼마의 예산을 사용할 수 있는 지 세부재정계획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기초노령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하기 위해 정부가 설치한 민관합동의 국민행복연금위원회(위원장 김상균 서울대 명예교수)는 오는 30일 제3차 회의를 열 예정이다.

연금위원회는 이 자리에서 복지부로부터 지금까지 대략 얼마만큼의 기초연금 재원을 마련했는지 보고를 들을 계획이다. 그리고 이 재정보고 내용을 토대로 기초연금 지급 대상과 지급 액수를 인수위 안 그대로 갈지, 아니면 대상과 액수를 줄일지, 또 줄인다면 얼마나 줄일지 등 구체적인 의제를 정해 논의할 방침이다.

김상균 위원장은 이에 대해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줄이는 문제는 대선 공약을 뒤집는 것이어서 정치적 부담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복지부는 연금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안을 만들고 국회 심의를 거쳐 연말까지 관련법을 정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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