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회장 등 12명…"외환거래 신고 안 지킨 듯"

금융감독원이 조세피난처와 불법 외환거래 혐의가 있는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등에 대해 전면 조사에 착수했다.▶관련기사 16면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역외 탈세 혐의자들이 외국환거래법을 어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는 CJ그룹의 차명 계좌 의혹과 관련해 거래 은행에 대한 특별 검사가 내달 3일부터 이뤄진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은영 회장, 이수영 OCI 회장, 조욱래 DSDL 회장 등 12명이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면서 외환 거래 신고 의무를 어겼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대대적인 조사에 나섰다.

외환거래법에서는 거주자가 국외직접투자나 국외부동산 취득, 금전 대차거래 등 자본거래를 할 경우 거래은행 등에 사전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외송금이나 국외직접투자 등 외환 거래 때 당사자가 거래목적과 내용을 거래은행 외환업무 담당직원에게 정확히 설명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언론에 거론된 12명에 대해 외국환은행을 통해 대략 살펴본 결과 외환거래 신고를 제대로 한 경우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외환거래법을 어겼을 가능성이 커서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날 일부 언론이 역외 탈세가 혐의가 있는 문화·교육계 인사를 발표하자 이들에 대해서도 외환거래법 위반 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금융감독당국이 조세피난처를 통한 외환거래법 위반 여부를 대대적으로 조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언론을 통해 역외 탈세 혐의자들이 공개된 만큼 불법 여부를 제대로 캐내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2000년부터 올해 3월까지 조세피난처 관련 불법 외환거래는 62건이 적발됐으며 2010년부터 올해까지는 단 1건에 불과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에는 외환 위기로 자산을 외국으로 빼돌리려다 외환거래법으로 적발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2000년대 중반부터는 수법이 정교화되면서 지하로 잠적, 그동안 적발하기가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수영 OCI 회장이 자신의 명의로 버진아일랜드의 페이퍼컴퍼니와 거래를 했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이에 따라 외국환은행으로부터 내국인의 버진아일랜드 거래 내역을 받아 일대일 대면을 통해 실체를 파악할 계획이다. 이럴 경우 대리인을 내세워 거래했더라도 결국 실제 주인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금감원은 수개월 내 이들 혐의자에 대한 외환거래 위반 여부 조사를 마무리 짓고 징계를 내릴 방침이다. 불법 행위가 심하다고 판단되면 거래 정지와 더불어 검찰, 국세청, 관세청에 통보해 탈세에 따른 형사 처벌을 받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금감원은 검찰로부터 CJ그룹의 차명 계좌로 의심되는 다수 계좌가 개설된 금융기관에 대해 특별 검사를 의뢰받고 내달 3일 착수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통제 상황이나 실명제 위반 혐의 보려고 한다"면서 "CJ 거래은행을 일단 들여다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검찰이 이미 28일 신한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해 CJ그룹의 해외 대출과 부동산 매매와 관련한 금융 거래 자료를 확보한 점으로 미뤄 신한은행 등이 금감원의 특별검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외국에 개설된 차명계좌 비자금을 동원해 CJ그룹이 국내 계열사들의 주식을 사들여 시세차익을 남겼는지도 조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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