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논설위원·청주대명예교수)

충청북도에는 광역자치단체인 도를 비롯하여 12개의 기초자치단체 등 13개의 지방자치단체가 존재한다. 광역자치단체는 범도적인 정책개발 및 추진과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행정지도, 재정지원, 알선, 통제 및 단체 간의 갈등 조정 등의 임무를, 기초자치단체는 주민들의 안전과 재산보호 등의 생활 밀착형 행정서비스와 산업 증진 및 주민복지 사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러한 임무를 수행하는 지방자치단체는 광역자치단체의 경우 서울특별시장, 광역시장, 도지사 등의 직명으로 호칭되는 집행기관과 광역의회라는 의결기관으로, 기초자치단체의 경우는 일반시·군·서울특별시 및 광역시에 속한 구 등의 시장, 군수, 구청장 등으로 호칭되는 집행기관과 기초의회라는 의결기관 등 두 수레바퀴에 의하여 운영된다. 그렇기에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라 부르고 삼권분립 하의 중앙정부와 국회처럼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도 상호 견제와 균형의 시스템으로 가동되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구현이라는 목적 하에 지방자치가 부활(1991.7)된 지도 22년이라는 연륜을 기록하고 있다. 발화기, 발전기를 거쳐 제도화의 단계인 기관형성(機關形成)의 틀을 갖출 수 있는 세월을 맞은 것이다. 이런 세월의 무게만큼 자치단체는 지역자결주의의 원리 하에 집행기관은 시대와 환경에 부응할 수 있는 적실성을 갖춘 고질의 정책을 산출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집행하며, 지방의회는 주민을 대표하여 집행기관을 빈틈없이 감시 감독하고 주민들의 지역고권(地域高權)이 집행기관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챙기며, 지역의 현안문제를 백년대계의 차원에서 신속하고 확실하게 해결하도록 역동적으로 활동하는 단계로 발전하였어야 한다. 지방자치가 정상궤도에 진입하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는 것이 지방자치의 본질이고 민본행정의 실현인 것이다. 지방행정에 대한 주민의 기대인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의 지역 및 지방행정의 현실을 보면 주민의 이러한 기대와는 매우 거리가 멀게 진행되고 있다는 판단을 지울 수 없다. 오염시설을 시내와 지근거리에 위치케 한 청주시, 발암물질의 매립 문제가 제기된 제천시, 대단위 아파트 내에 반경 150km 거리의 각종 폐기물을 매립할 수 있게 하고, 환경청 협의 기준을 훨씬 초과하는 폐기물을 매립하게 한 청원군 오창읍과 옥산면 산업단지, 무방비 상태에서 배출된 방사성 물질로 인하여 공포에 사로잡힌 괴산군 연풍면 등이 대표적인 증거이다. 특히 청원군 오창산단은 청원군의회 신언식 의원이 언론의 보도자료를 인용하여 군정질문에서 적시한(2012. 12) 바와 같이 ‘발암물질 전국최고’라는 불명예와 ‘오창산업단지 폐기물매립장 주변 지하수 오염 심각’이라는 중대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 얼마나 충격적인 보도인가.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인체나 생명에 위해를 주는 유독가스와 발암물질(디클로메탄:DCM)의 포위 속에서 생활을 하도록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방정부 존재가치를 붕괴시키는 반 주민행정이 아니고 무어란 말인가. 도대체 승인권과 통제권 등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충청북도라는 광역자치단체와 허가권과 감독권 등의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청원군을 비롯한 기초자치단체들은 그간 무슨 일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그러고도 도민과 주민의 안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지방행정의 제1의 임무는 주민의 안전과 권익의 보호이다. 주민들이 맑고 깨끗한 환경 속에서 아무런 위협을 받지 않고 편안하게 살고 그 누구로부터도 주어진 권리와 이익을 침해받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충북의 많은 자치단체들은 이러한 임무를 소홀히 하거나 방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조상대대로 가꿔온 지역을 황폐화시키고 안녕과 행복을 누리고 살아야 할 주민들을 불안과 불행의 늪 속으로 몰아넣는 일인 것이다.
두말할 것 없이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자(장과 의회)들은 그동안의 수수방관식, 책임회피식 타성에서 탈피하여 맡은 바 소임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이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기도 하지만 늦게나마 정부와 충청북도 지자체, 기업 및 환경단체 등이 하나가 되어 현지에서 환경오염현황을 실사하고 대책을 내 놓겠다니 불행 중 다행이다. 지금까지의 태만과 무책임성을 만회하겠다는 각오와 실천으로 자타가 공인할 수 있는 ‘환경만점’의 처방을 내 놓아야 한다. 누구보다도 충청북도지사 및 기초자치단장과 지방의회가 책임을 지고 모범답안을 내 놓고 불굴의 의지로 관철시키는 특단의 노력이 요구된다. 더 나아가 자치단체장들은 그릇된 정책을 옳은 정책으로 인정하여 승인하고 허가해 주는 제2종의 정책오류를 다시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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