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대검 '갈등설' 제기…사건 축소의혹 김용판 전청장 영장 방침

'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는 대선 6개월 후인 오는 19일이다. 시효 전까지 수사를 끝내야 하므로 구속 기간(1회 10일에 1차례 연장 가능)을 감안하면 이번주 중에는 청구 여부를 결론 내야 한다.

그러나 사안이 중대하고 민감한 만큼 검찰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3일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에서는 원 전 원장에게 국정원법 위반과 선거법 위반 혐의를 모두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하는 악습을 끊으려면 강도높은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반면 검찰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는 공안 사건인데다 선거법 적용 여부를 다투는 사안인 점에서 일반 형사 사건이나 특수 사건과 달리 정밀한 법리 검토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특별수사팀에 공안 및 특수부 검사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는 점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요인이라는 얘기가 많다.

특수부 검사들은 핵심 증거가 확보되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기소하는 데 거침이 없는 반면 정치·선거 등과 직결되는 민감한 사건을 주로 처리해 온 공안부 검사들은 확실히 입증이 가능한 혐의 위주로 기소해야 한다는 스타일이 반영됐다는 풀이다.

특수 사건의 경우 주로 수사팀의 의견이 반영돼 사건을 처리하는 반면 공안 사건의 경우 대검 공안부를 정점으로 치밀하게 법리를 검토해 수시로 의견을 조율한다.

특히 이번 사건은 국가보안법이나 일반 선거법 위반과 달리 국정원이라는 국가기관이 관여된 사건인 점에서 검찰의 고민이 크다.

국정원이 국가의 중대사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내 정치에 개입한 의혹인 만큼 수사 여하에 따라서는 대선의 정당성 시비를 불러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이견설도 나온다.

수사팀은 지난달 25일께 대검찰청에 원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필요하다는 중간 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이를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했으나 법무부는 선거법 위반 혐의의 법리 검토를 다시 해볼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검찰로부터 보고를 받아오고 있지만 이는 중요 사건 수사에 있어서의 통상적 보고"라며 "구체적 내용은 확인해 주기가 어렵다. 장관의 지휘권 행사는 없었다"고 말했다.

대검 공안부는 "진행 상황에 대하여는 통상의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보고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 안에서도 의견이 다르고 대검 공안부나 총장도 이견이 있을 수 있는 것"이라며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오피스텔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제지하는 등 경찰 수사 실무진에게 국정원 사건을 축소하라고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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