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 오기도 전에 전력대란 우려가 벌써 닥쳐왔다. 첫 번째 고비가 이달 둘째 주에 찾아 올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주간·장기예보에 따르면 6월 첫째 주 후반부 중부지방 낮 최고기온이 29~30도까지 오르고, 둘째 주에도 평년보다 기온이 높은 날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전력거래소는 이번 주에 예비전력이 300만~350만㎾, 둘째 주에는 250만㎾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올해 전력예비율이 안정선인 10%를 밑돈 날이 벌써 55일이나 된다고 한다.
가뜩이나 전력공급이 빠듯한 마당에 위조부품이 들어간 원전들이 잇따라 가동을 중단했으니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제어케이블이 설치된 것으로 드러난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 1호기가 지난달 29일부터 동시 가동을 중단하면서 각각 100만kw씩 200만kw의 전력공급이 단숨에 줄어들었다.
또 오는 8일에는 설비용량 70만㎾의 월성 3호기가 계획 예방정비에 들어간다고 한다.
이들 3기를 포함해 전체 11기의 원전이 정비와 위조부품 교체를 위해 한동안 멈춰 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평년기온을 웃도는 무더위가 예보된 올 여름에 전력수요가 치솟아 최악의 정전 사태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커지고 있다.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에 전력공급을 극대화해야 할 원전당국이 위조부품 때문에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멈추는 건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위조부품 문제가 불거진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해에도 이미 여러 개 원전에서 비슷한 문제가 드러났는데 그동안 무엇을 하다 여름을 코앞에 두고 같은 문제로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지 답답할 노릇이다.
이번에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난 제어케이블은 원전의 ‘신경계’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대형 원전사고를 초래할 수 있는 불량 케이블이 이미 가동 중인 원전은 물론 건설 중인 원전에까지 사용된 셈이다.
그나마 내부 제보가 없었다면 이런 충격적인 사실은 밝혀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원전 부품의 성능을 조사하는 검증기관들에 대한 견제장치가 사실상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재 20기가 넘는 원전을 가동 중인 나라에서 엉터리 검증이 이뤄져도 제대로 가려내지 못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런 식이라면 대형 원전 사고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사태는 관련회사와 책임자 몇 명을 고발 처리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듯하다.
책임자 처벌도 중요하지만 검증기관이 서류를 조작해도 속수무책인 안전시스템 자체를 근본적으로 수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애꿎은 국민은 블랙아웃을 걱정하며 한여름 무더위를 견뎌야 할 판이다.
나사가 풀린 듯 한 전력당국의 마인드와 시스템을 이번 기회에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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