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복강경 수술 1주일 거부…획일 보상은 의료기술 발전 저해"

7월부터 종합병원 이상 대형병원에서도 백내장·편도·맹장·항문·탈장·자궁·제왕절개 등 7가지 수술의 입원 진료비에 '정찰제'가 시행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산부인과는 의료기술의 질 차이 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보상에 문제를 제기하며 이 제도가 강행되면 항의차원에서 7월 1일부터 1주일간 복강경 수술을 거부하기로 했다.

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열린 제13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는 '종합병원급 이상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포괄수가제란 일련의 치료행위를 하나의 꾸러미로 묶어 처치의 종류나 양에 상관없이 일률적 가격을 매기는 방식으로, 쉽게 말해 '입원 진료비 정찰제'다.

진찰·검사·처치·입원·의약품 등에 일일이 따로 가격을 매긴 뒤 합산하는 기존 '행위별수가제'가 진료를 늘릴수록 의사 수입이 많아지는 구조로, 과잉진료와 의료비 급등을 가져온다는 지적에 따라 대안으로 도입됐다.

규모가 작은 병·의원급 의료기관은 이미 지난해 7월 1일부터 7개 질병군에 대한 포괄수가제가 도입돼 현재 시행되고 있고, 7월부터 포괄수가제 의무 대상 범위가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까지 넓어지는 것이다.

대상이 확대됐을 뿐 아니라 제도 자체도 1년 전과 비교해 보완됐다. 마취초빙비용이 지난 4월 인상된 수준으로 적용됐고, 진료비 편차가 심하거나 발생 빈도가 낮아 포괄수가 적용이 어려운 신생아 탈장 수술, 제왕절개 분만 후 출혈로 말미암은 혈관색전술 등은 아예 포괄수가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다만, 이날 건정심 회의에서 산부인과 자궁 수술을 자궁과 자궁부속기로 세분해 진료비를 책정한 정부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포괄수가제 확대 자체에 산부인과 의사들이 "자궁·난소 등은 환자에 따라 상태의 차이가 커 이에 대한 처치를 평균가로 계산해 똑같이 보상하는 것은 진료의 다양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부인과학회 소속 교수들은 포괄수가제 확대에 항의하는 뜻으로 앞으로 이 제도가 시행되는 7월 1일부터 1주일간 복강경 수술을 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복강경 수술은 전체 자궁 수술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학회 측은 설명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7월 병·의원급에 포괄수가제를 처음 의무 적용하고 1년 동안 지켜본 결과, 일각에서 우려했던 '의료의 질 저하' 문제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포괄수가제 적용 환자 중 99.93%가 정상 퇴원했고, 입원 중 사고율 및 감염률도 각각 0.04%, 0.02%로 매우 낮았다.

재입원율 역시 포괄수가제 적용 전후로 큰 변화가 없었다.

지난해 하반기에 포괄수가제를 통한 진료비 청구가 가장 많았던 질병은 백내장수술(수정체수술)이었고, 이어 항문수술, 제왕절개분만 등의 순이었다.

1년 전 포괄수가제를 병·의원급에 도입하며 보건당국이 제시한 분석 결과를 보면, 포괄수가제 적용으로 환자 부담은 평균 21% 정도 줄어들게 된다. 행위별수가제에서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돼 모두 환자 자신이 부담했던 상당수 처치가 포괄수가제에서는 급여 항목으로 바뀌어 가격이 하나로 정해진 '표준 진료 묶음' 안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궁 수술 때 절제 부위 주위조직 유착을 줄이려고 사용하는 방지제의 경우 행위별수가제에서는 비급여로 약 30만원을 환자가 내야 하지만, 포괄수가제에서는 약 20%인 6만원만 지급하면 된다. 백내장 수술 전에 받는 각막형태검사(ORB CT)도 지금까지 행위별수가제에서는 약 10만원인 비급여 비용을 모두 환자가 냈지만, 포괄수가제에서는 부담이 2만원으로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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