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세웅 (오송 화장품·뷰티세계박람회조직위 사무총장)

 내가 이름을 불러주어서 꽃이 되었다는 시구처럼 118만명의 관람객 뒤에 가려져 있던 박람회의 또 다른 결실들을 불러내 보자.
2011년 12월 1일, 5명으로 조직위원회 사무국을 꾸린 이래 520일 동안 준비하고 24일 동안 치른 오송박람회를 자체 평가해 본다.
첫째, 목표를 초과달성한 박람회다.
관람객 유치목표 100만명에 118만명의 실적을 올렸다. 기업유치 300개 목표에 373개의 실적을 올렸다. 해외바이어 500명을 포함한 2000명 이상의 바이어유치 목표를 해외바이어 2000여명 등 7000명 이상의 실적으로 초과 달성했다.
지나고 나면 쉬워 보이지만 기업과 바이어 유치는 매우 힘든 상황을 반전한 것이어서 조직위원회에게는 특별한 감동을 준 성적이다.
지난해 11월까지 기업유치부 직원들이 출장을 다녀올 때면 늘 풀이 죽어서 돌아왔다. 방문하겠다고 전화하면 오지 말라는 기업들의 거절을 무시하면서 찾아가 봐야 오송박람회에 참가할 이유가 없다는 냉랭한 답변만 듣기가 일쑤였다. 그걸 개막 5개월을 남겨두고 상황을 뒤집었다.
둘째, 산업계에서 갈망하던 K-뷰티의 전진기지 역할을 해 낸 박람회다.
2000여명의 해외바이어와 4억 달러가 넘는 상담을 한 결과 5700만 달러에 달하는 계약을 이뤄냈다. 계약 체결한 국가를 눈여겨보면 미국과 독일, 프랑스, 슬로바키아, 폴란드, 러시아 등 평소 대기업들도 시장을 장악하기 힘들었던 미주와 유라시아 대륙의 국가들이 있다.
오송박람회를 통해서 K-뷰티가 세계로 날아가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대한화장품협회에 따르면 이 계약규모는 우리나라 화장품 연간 수출액의 8분의 1에 해당한단다.
셋째, 뷰티서비스산업이 응원 속에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도 마련했다.
그동안 뷰티서비스산업은 의료산업과 경계에서 부딪혀서 정부로부터 지원보다는 규제를 더 받아오던 분야였다.
국내외 학술회의 15개를 열어 21개 국가에서 4000명이 참가했고, 뷰티서비스산업계 경연대회 5개를 유치해서 15개 국가에서 3만6000명의 선수들이 참가해서 종목별로 실력을 겨뤘다.
일반공연 23회, 특별공연 6회의 화려한 뷰티쇼를 통해서 뷰티서비스산업이 정부의 응원과 국민들의 참여 속에서 성장해 나갈 계기도 만들었다.
넷째, 오송과 충북을 동북아 화장품?뷰티산업의 중심지로 선점하는 데 기여했다.
이번 박람회에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는 물론 인제, 금산, 장흥, 의령 등 전국 방방곡곡에서 국민들이 다녀갔으며 42개 국가에서 바이어로, 학술회의 참가자로, 경연대회 선수로, 관람객으로 참가했다.
박람회 후속대책이 따라가 주어야 완성하겠지만 이 성적만으로도 오송과 충북이 화장품?뷰티산업을 선점하는데 크게 기여했을 것 같다. ‘아름다운 국제도시’로는 이미 부상하지 않았을까?
다섯째, 박람회장을 정원으로 꾸민 독특한 박람회다.
분할돼 있던 3만여 평의 생산용지를 한 데 모아서 사용하려면 네 귀퉁이의 고저가 각기 다르고 또 최고와 최저의 경사 차가 매우 심해서 대규모의 토량 이동이 불가피했었다.
박람회장 안팎으로 토량 이동을 제로로 하면서 우리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박람회장을 정원으로 꾸미는 시도를 했다. 박람회장 조성과 박람회 운영도 벤치마킹 대상이어서 경기도와 강원도, 오산시청과 대구시 중구청, 산청군청 등에서 다녀갔다.
여섯째, 안전사고가 한 건도 없었던 안전박람회다.
사망, 화재, 식중독, 시설사용에 따른 부상 등 24일 동안 안전사고가 전무했던 흔치 않은 박람회를 치렀다. 이것은 조직위원회의 노력이라기보다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만든 결과라고 본다. 깨끗한 박람회장, 청결한 화장실, 바가지 없는 박람회 만들기 등 눈에 띄지 않는 곳까지 뷰티스럽게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