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전 힘겨운 1-1 무승부

세트피스 수비 불안이 한국 축구 대표팀의 고질병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5일(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6차전에서 세트피스 상황에서 경기 초반에 선제골을 내줬다.

레바논은 전반 12분 코너킥 상황에서 모하마드 하이다르가 골 지역 왼쪽에서 내준 패스를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하산 마툭이 때려 한국 골망을 흔들었다.

중동국가는 밀집수비와 시간 끌기를 주요 전략으로 구사하기 때문에 초반 선제골을 내줄 경우 타격이 무척 크다.

한국은 계속 끌려가다가 1-1로 겨우 비겼다.

경기가 허탈한 무승부로 막을 내리자 또 세트피스에 당했다는 탄식이 쏟아졌다.

코너킥이나 페널티지역 근처에서 얻는 프리킥을 뜻하는 세트피스는 약체가 열세의 경기 흐름을 잠시 끊고 강호를 상대로 골을 터뜨릴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최강희호가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세트피스에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까이 우즈베키스탄, 이란과의 최종예선 원정경기에서도 상대의 세트피스를 막는 데 실패해 승리하지 못했다.

한국은 작년 9월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예선 원정 3차전에서 코너킥에서 두 골을 허용했다.

전반 13분 기성용이 상대 코너킥 공격을 막으려다가 자책골을 넣었고 후반 14분 코너킥 수비 때 산자르 투르수노프의 헤딩골을 맞아 2-2로 비겼다.

한국은 같은 해 10월 이란과의 원정 4차전에서도 후반 30분 프리킥으로 위험지역에 투입된 볼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데 실패, 자바드 네쿠남에게 골을 내주고 0-1로 졌다.

이날 레바논과의 일전에서 세트피스에 당한 것은 대표팀에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한국은 레바논이 세트피스 득점을 노린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전지훈련에서 대비책에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최 감독은 "한국은 세트피스로 실점한 때가 잦았고 레바논은 세트피스로 득점할 때가 많았다"고 경계했다.

그러나 결과는 선제골을 세트피스로 내주는 최악의 상황으로 나타났다.

최 감독은 경기 후 "또 세트피스로 실점했다"며 "우려한 상황이 현실로 나타난 것 가운데 하나였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세트피스 수비는 조직력과 직결되는 까닭에 세트피스 불안이 수비수들의 잦은 변동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있다.

수비수들이 최종예선에서 수시로 바뀌어 상황에 따라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능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수비라인을 지휘하는 중앙 수비수로는 1∼3차전에 곽태휘, 이정수가 출전했으나 4, 5차전에서는 곽태휘의 짝이 정인환으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이번 6차전에는 정인환이 벤치에 앉고 김기희가 출전했다.

좌우 풀백은 1차전 박주호-최효진, 2차전 박주호-오범석, 3차전 박주호-고요한, 4차전 윤석영-오범석, 5차전 박원재-오범석, 6차전 김치우-신광훈으로 경기마다 바뀌었다.

최강희호가 11일, 18일 이어지는 우즈베키스탄, 이란과의 최종예선 홈경기를 앞두고 세트피스 방어를 위한 특단의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수비 조직력을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