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종합 후프 곤봉 석권

'리듬체조의 요정' 손연재(19·연세대)가 2013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종합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던 것은 네 종목 모두에서 고른 연기를 펼친 덕분이다.

손연재는 8일(이하 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끝난 2013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종합과 함께 후프와 곤봉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3관왕에 올랐다.

손연재는 그동안 국제대회 개인종합에서 메달권 밖에서만 맴돌았다.

종목별 결선에서는 은메달 혹은 동메달을 매번 목에 걸며 가능성을 보였지만 메달을 손에 넣은 종목이 매번 바뀌면서 연기가 너무 들쭉날쭉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손연재는 이번 대회에서 볼 종목별 결선을 제외하고 연기를 펼칠 때마다 17∼18점대의 고득점을 받아들며 우려의 목소리를 잦아들게 했다.

손연재가 지난해 런던올림픽 곤봉 종목에서 곤봉 두 개를 모두 떨어뜨리며 메달권에서 멀어지자 곤봉이 손연재의 취약 종목으로 불려왔다.

반면 리본·볼 등에서는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 '장기'라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리듬체조 전문가들은 손연재의 실력이 이미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만큼 종목별로 강하고 약한 종목이 있다기보다 순간순간 나오는 실수가 당락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손연재는 이미 올 시즌 바뀐 규정에 따라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춰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난도를 받을 수 있도록 독창적으로 루틴을 구성했다.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에 맞춰 루틴을 짠 리본은 어릴 적 배운 발레에 대해 애착이 강한 손연재가 특히 신경을 쏟는 종목이다.

리본 루틴 중간에 나오는 12회전 포에테 피봇에는 손연재의 연기 중 단일 난도에서 가장 높은 1.7점이 책정돼 있다.

올 시즌 리본에서 흑조로 변신한 손연재는 마치 호수에서 물결이 치는 듯이 보이는 하늘색 리본을 들고 나와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살렸다.

다만 리본 끝이 몸이나 땅에 닿으면 감점이 되기 때문에 끊임없이 흔들어야 하고, 리본 끝까지 제대로 모양이 살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한다.

곤봉은 2011년부터 줄을 대신해 리듬체조 종목에 들어왔다.

리듬체조는 후프·볼·리본·곤봉·줄 등 다섯 가지 종목 중 한 가지 종목을 제외한 네 가지 종목을 선택해 경기가 치러진다.

현재 시니어 종목에서 제외된 줄은 다시 종목에 포함될 예정이 당분간 없다.

곤봉은 수구 두 개를 다뤄야 하기 때문에 수구를 하나만 다루는 다른 종목에 비해 어려운 점이 있다.

하지만 수구가 두 개인만큼 더 다양한 동작을 보여줄 수도 있어 독창성을 살리기에 좋은 종목이다.

손연재는 수구를 머리 위에 겹쳐 얹고 스텝을 밟는 깜찍한 동작을 넣어 곤봉 연기를 맛깔 나게 살렸다.

푸치니의 '투란도트' 음악에 맞춰 구성한 후프에서 손연재의 주특기는 후프를 던진 뒤 점프해서 가운데를 통과하는 동작이다.

이외에도 애티튜드 피봇에서 퐁쉐로 넘어가는 고난도 복합 피봇 등도 루틴에 넣어 작품성을 끌어올렸다.

손연재는 올 시즌 볼 종목에서 처음 선택했던 재즈곡 '조지아 온 마이 마인드' 대신 프랭크 시내트라의 '마이웨이'로 음악을 한번 바꿨다.

발랄한 '조지아 온 마이 마인드' 대신 다소 차분하고 느린 템포의 '마이웨이'를 선택해 연기와 감정 표현을 편하게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작품 전체를 수정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손연재는 볼 종목에서 자신만의 독창적(originality)인 기술로 인정받기 위해 바운스한 볼을 뒤로 돌린 팔과 등 사이에 끼어 뒤 허리 재기를 하는 기술을 연습하고 있다.

이 기술은 0.2점짜리 동작 두 개를 연결한 것으로 독창적 기술로 인정받으면 0.4점의 독창성 점수를 더 받아 4년간 0.8점으로 책정된다.

비록 올해 국제체조연맹(FIG)에 신청할지는 아직 확정하지 못했지만, 손연재는 연기 때마다 이 기술을 깔끔하게 해내며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손연재는 이번 대회에서 네 종목 모두에서 고른 연기를 펼치면서 8월말 세계선수권대회의 전망을 밝혔다.

하지만 볼 종목별 결선에서 초반 퐁쉐를 할 때 손으로 바닥을 짚고, 신체 난도에서 점수가 깎이는 실수가 여럿 나와 16점대에 머문 것을 생각했을 때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완성도를 높이는 게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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