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충북생생연구소장)

최근 청주시 6급 공무원 이모씨가 지난 2010년 청주시내 옛 청주연초제조창 매입과정에서 6억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것은 너무 충격적이다. 공직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다. 

이 일의 발단은 옛 연초제조창을 KT&G로부터 구입하는 과정에서 매끄럽게 일처리를 못한 때문이다. 2002년 1차 매입 때 공유재산 취득절차 미이행 등의 사유로 의회로부터 예산이 삭감돼 매입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해 KT&G로부터 1차 소송을 당했고, 2008년에는 옛 연초제조창 부지 중 구입하고 남은 잔여부지를 ‘공업용지’에서 ‘2종 주거지역’으로 전환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 2차 소송을 당했다. 그 이후 청주시가 총 350억원을 들여 2차로 잔여부지 매입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감사원은 이를 전형적인 예산낭비 사례로 보고 청주시에 대해 기관주의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절차 미이행으로 예산이 삭감돼 매입대금을 지급하지 못했다는 것과 잔여부지를 용도변경해 주겠다는 약속을 어겼다는 것이다. 절차를 중시하는 공직사회에서 어떻게 절차미이행이라는 일이 생겼으며 또 잔여부지의 용도를 당초 약속한 것과 달리 할 필요가 있었다면 사전에 KT&G 측과 충분히 협의를 했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비리사건이 터진 후 시의 대처 동향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 같다. 시 당국은 7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당시 정책협의회를 열고 감정평가 가격과 부동산 전문가 의견 등을 토대로 매입 가격을 협의한 결과, 가격이 적정하다고 판단해 350억원에 매입하기로 했다"며 서류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한 마디로 청주시는 이씨의 뇌물수수는 개인적인 비리로서 시는 책임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이 사건이 더 이상 확대되는 것을 막는데 급급할 뿐 시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하고 뼈저리게 반성하는 것 같지 않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청주시는 2010년부터 35명이나 각종 비리로 징계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다. 그에 따라 청주시는 “공무원들의 금품수수와 성추행 등을 근절하겠다.”면서 소속 직원 2회 이상 비리 발생 시 상급자 연대 책임, 감사관 핫라인 운영, 인사 때 청렴도 최우선 적용, 분기별 직원 연찬회 실시 등의 대책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번 비리 사건을 보면 그러한 대책이 별로 효과가 없었던 것 같다. 많은 시민들은 또 다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그 동안의 공직기강 확립이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좀 더 강력한 제도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공무원들의 정신자세를 개조하는 수준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옳은 지적이다. 과거에는 공직의 낮은 임금이 부패나 비리의 변명이 되었다.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요즘에는 통하지 않는 변명이다. 왜냐하면 요즘 공무원들의 임금 수준은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결코 낮지 않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경우도 공무원들의 연봉이 민간부문에 비해 낮은 것이 일반적이지만 부패 문제가 덜 심각한 것을 보면 부패 문제는 근본적으로 개인의 윤리의식에 달린 문제로 생각된다.

다른 어떠한 제도 개선보다도 개인의 윤리의식과 공직관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공직자가 공직에 대한 자긍심이 높다면 비리 유혹을 떨쳐 버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필자의 경우 공직에 있을 때 남을 도와 줄 일이 있으면 커피도 한 잔 얻어먹지 않았다. 대접받고 도와주었다는 얘기를 듣기 싫었기 때문이다. 공직은 제한된 국가자원을 이해 당사자 간에 균형 있게 배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무원 한 사람의 잘못된 결정으로 수많은 국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그만큼 중요한 자리다. 부패 척결이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부패 요인을 감소시킬 수 있는 사회 문화적 환경 등 구조적인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공직자들의 공직에 대한 자긍심을 제고하는 한편 채용 당시부터 품성과 윤리관을 검증할 수 있는 제도를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