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서 초안 공개한 북주장에 남 조목조목 반박 - 북, 2년전 비밀접촉 폭로 이어 협상내용 또 공개

북한이 무산된 남북당국회담 협상과정을 13일 비교적 상세히 공개하면서 남북간 치열한 진실·책임 공방이 벌어졌다.

●북 "파탄시키려는 생각밖에" vs 남 "북, 대화준비 안돼 있어"

북한은 이날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북당국회담 개최를 위한 판문점 실무접촉과 연락관 접촉 내용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남측이 애당초 대화 의지가 없었을 뿐 아니라 회담에 장애를 조성하면서 파탄시키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억지주장이며 일고의 가치도 없다. 북측이 '아직은 (대화) 여건이 아니다,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측의 진정성을 의심했다.

'남측이 처음부터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내보낼 것이라고 확약했다'는 북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며, 북측이 (통일전선부장을 단장으로 내보내지 못할) 사정이 있으면 상응해서 우리 측 수석대표를 내보내겠다고 설명했다"고 우리측은 반박했다.

●"김양건 적시" 등 합의서 초안 주장도 달라

남북은 협상 세부 내용에 대한 설명에서도 일일이 다퉜다.

북한은 지난 9∼10일 벌어진 실무접촉에서 남측이 합의서 초안에 북측 단장으로 당 중앙위 비서(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의 이름을 박아 넣었다고 주장했고, 통일부는 통일전선부장 직책만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북한은 또 "(김양건 부장을) 개성공단 중단사태까지 연결하면서 심히 중상모독하는 횡포 무도한 도발도 (남측이)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4월8일 개성공단 철수 조치를 김양건 명의로 한 것 아니냐. 김양건이 남북관계의 실질을 관장한다는 사례로 예시한 것"이라고 대응했다.

이 문제와 관련, 북한은 자신들이 사과를 요구했고 남측이 쥐구멍을 찾다가 결국 철회했다고 주장했지만 통일부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문제와 관련, "정상화나 재개라는 표현을 빼고 모호하게 (실무협상에서 남측이) 해놓으려고 했다"고 북한은 주장했으나, 통일부는 "반장을 뽑을 때 반장 선거 건이 의제이지 남자로 할 것인지, 여자로 할 것인지가 의제가 아니지 않으냐. 또 발표문에는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관광 재개라는 표현이 다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북 "대남비서 단장으로 나간적 없어" vs 南 "94년 정상회담 예비접촉"

북측은 당 중앙위 비서가 공식 남북대화에 단장으로 한 번도 나간 적이 없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러나 통일부는 1994년 6월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북한 김일성 주석의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판문점 남북 예비접촉에서 김용순 대남담당 비서가 이홍구 부총리 겸 통일원 장관을 상대한 것을 적시하며 반박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통일부와 통일부장관을 청와대의 허수아비나 꼭두각시, 핫바지'로 비유한 북한의 주장을 염두에 둔 듯 "청와대에서 독주해서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관계부처 간 긴밀히 협의해서 결정했고, 거기에 따라 이번 회담도 추진됐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당국회담 예정일 하루 전인 11일 판문점에서 이뤄진 남북 연락관 접촉 뒷얘기도 공개했다.

북측은 "(대표단이) 준비를 갖추고 평양을 출발하려던 차에 남측으로부터 이번 회담 남측 수석대표를 통일부 장관이 아니라 통일부 차관으로 한다는 통보를 받게 됐다"면서 "서울에 나가는 것을 부득불 취소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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