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필(충북도의회 교육위원장)

   반기문 총장은 ‘인생은 꿈을 타고 흐른다.’고 했다. 학창시절 누구나 한 번 쯤은 부푼 꿈을 꾸어보기도 하고 장밋빛 미래를 설계하기도 했을 것이다. 예전에는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가족을 위해 자신의 적성에도 맞지 않는 진로를 선택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그만큼 가족공동체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대의명분 앞에 개인의 소질을 따지는 일은 배부른 투정에 불과한 것으로 취급되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우리사회가 점차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공동체적 삶과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의 질도 중시하는 인식이 형성되었다. 그런 점에서 우리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워서 행복한 교육을 실현하려는 현 정부의 교육비전은 시의적절하다고 할 것이다. 이번 박근혜정부가 추구하는 행복교육의 핵심과제 중의 하나가 ‘자유학기제’도입인데, 이것이 학교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된다면 우리교육의 질적인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가족들의 기대가 자못 크다.
  자유학기제는 학생의 꿈과 끼를 살리는 행복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현 정부 교육정책의 핵심과제인데, 본래 목적은 중학교 학생들이 재학 중 한 학기 동안 교과학습이나 시험부담에서 벗어나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찾고 꿈과 재능을 키울 수 있도록 수업개선과 다양한 진로탐색 및 체험활동을 강화하려는 교육정책이다. 올해는 일단 연구학교를 운영해보고, 희망학교 과정을 거쳐 2016년에는 전면실시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학교교육과정의 큰 변화를 가져오는 교육정책을 너무 성급하게 추진한다는 우려 또한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자유학기제 의 핵심은 진로교사 모든 학교 배치, 자유학기 중 전일제 2회 이상 체험,, 예체능 교육, 청소년단체 활동 권장 등 진로와 관련된 학생 참여 활동형 프로그램을 확대?강화하는 것이다. 또한, 학교 교수?학습방법을 혁신하여 토론, 실험, 실습, 현장체험, 프로젝트 학습 등을 통해 교육활동에 학생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고 자기주도적 학업능력을 제고하고자 한다.
  이러한 자유학기제는 학생들에게 과도한 학습부담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의 소질과 재능을 살려 미래진로를 설계하고 준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행각한다. 다만, 교육적 의의가 큰 교육정책이라 할지라도 ‘바늘 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 없다’는 말처럼 너무 졸속으로 추진하다 보면,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예상되는 문제들을 몇 가지 살펴보면, 우선, 진로탐색이나 전일제 진로체험을 지원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충분히 조성되지 않았고, 농산촌지역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충북 도내의 도시와 농촌 간 교육환경의 격차는 더욱 심화되어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자유학기제가 자칫 한 학기동안 교과학습을 소홀히 하여 학생들의 학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학부모들이 갖게 됨으로써 더욱 사교육에 의존하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자유학기제에 대한 취지와 내용을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다양한 연수 등도 운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자유학기제를 운영할 수 있는 교사들의 준비도 여전히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모든 교육정책을 현장에서 구현하는 주체가 학교 선생님들이라고 할 때, 진로와 관련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맞춤형 연수 마련 등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과다한 수업시수와 각종 행정업무의 부담으로 업무 스트레스가 높은 교사들에게 교사 정원확보와 행정업무 경감 등의 해소방안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준비를 소홀히 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는 말이 있다. 탐험가 아문센은 남극점을 정복하기 위해 3200km를 완주하며 체력을 키웠고, 에스키모인들과 수개월 생활하며 혹한의 상황을 준비함으로써 성공적으로 남극대륙을 탐험할 수 있었다고 한다. 교육은 학생들의 평생의 삶을 좌우하는 미래지향적인 활동이다. 그런 점에서 자유학기제를 학교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세심한 사전준비와 예상되는 문제를 면밀히 검토하여 해결책을 철저히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평생의 진로를 설정하기 위한 첫 디딤돌을 어떻게 놓느냐에 따라 우리아이들의 미래의 삶의 방향도 결정될 것이다. 그러므로 한 학기 동안의 소중한 시간을 유명무실하게 학생들이 허비하지 않도록 학교, 가정, 지역사회, 교육청 등이 모두 협력해서 다양한 진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내실이 있게 운영할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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