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찾아 이사하는 강남과는 반대 현상
충북 4개교, 신흥 개발지역으로 교명유지한 채 이전

서울 강남구의 소위 좋은 학군에서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주거지를 옮기는 학부모들이 있는 반면 충북은 학생이 학교를 찾는 것이 아닌, 학교가 학생을 찾아가는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청주지역은 시청과 도청이 있는 상당구 중심부에서 1980~1990년대, 또는 그 이전에 ‘잘나가던’ 학교들이 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학생이 줄자 교명을 유지한 채 학생들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16일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에서 최근 교명을 유지한 채 이전을 완료했거나 추진하는 학교는 제천 동명초와 진천 옥동초, 청주 중앙초, 주성중 등 4개교다.

동명초는 올해 천남동에 교사를 신축해 이전을 완료했고, 옥동초는 진천혁신도시 내에 30학급 규모로 신축해 2014년 개교할 예정이다.

또 중앙초와 주성중은 각각 36학급과 24학급 규모로 율량2지구 택지개발사업지구 내에 신축해 2015년까지 이전을 완료할 계획이다.

대도시에서는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인식이 좋은 학교, 잘나가는 학군을 찾아 거주지를 옮기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지만 충북은 그와 정 반대로 학생들을 찾아 학교가 이동하는 것이다.

청주지역의 두 학교만 보더라도 도심 공동화로 학생 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폐교 위기에 놓이자 지역주민과 동문회 등의 의견을 모아 신흥 개발지역인 율량2지구로의 이전을 결정했다.

그렇다고 중앙초와 주성중이 인기가 없던 학교는 아니다.

두 학교 모두 1990년대 이전에는 청주 중심부에 위치했던 학교로 학년 당 10학급 이상의 대규모 학교였다.

주성중은 1990년대까지 학생 수가 2000명에 가까웠고 학력 면에서 청주지역에서는 최상위로 손꼽히던 곳이다. 중앙초도 7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진 곳으로 현재 1만6999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유서 깊은 곳이다.

이런 학교가 도심 공동화에 따른 학생 수 감소로 추락한다는 것은 동문들 사이에서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기에 학생들을 찾아 떠나기로 결정된 것이다.

주성중 동문회 한 관계자는 “중학교 시절 추억의 장소가 없어진다는 것에 아쉬움은 있지만 더욱 큰 발전을 위해서라면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교명을 유지한 채 전통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말했다.

청주는 이번 중앙초와 주성중의 이전보다 20년 앞선 1995년 교동초가 당시 개발이 한창이던 용암지구로 이전했던 사례도 있었다.

당시 교동초(현 충북교육과학연구원 자리)는 이번에 이전을 결정한 중앙초와 인접해 있던 곳으로 도심 공동화가 시작되면서 중앙초에서 모든 학생을 흡수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에 이전이 추진됐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 1번지 등의 특별한 학군이 없는 청주지역에서는 외곽으로 주거지가 옮겨가면서 중심부의 학생들이 급격히 감소한다”며 “예전 잘나가던 학교들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학교가 학생을 찾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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