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종충북농업기술원 26대 원장

시골 출신,  농촌에 남다른 애정·해박한 지식 평판
취임 한달 “현장 중심 사업 농업인에게 희망 주겠다”
“후배여성 희망위해 더 뛸 것” 여성공무원 분발 촉구

충북농업기술원에는 요즘 긴장감이 흐른다. 신임 원장이 새로운 사고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기 때문. 지난달 26대 충북농업기술원장에 취임한 김숙종(58·☏043-220-5500) 원장은 전국 최초의 여성 농기원장에다 도 농기원이 설립된 이래 51년 만의 첫 여성원장으로 일약 뉴스의 한 가운데 떠올랐다.
“전국 최초 여성 농업기술원장이라는 사실이 기쁘지만, 후배 여성들뿐 아니라 모두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더 크게 와 닿고 있습니다.”
원장 발령 이후 많은 인터뷰 요청을 받았지만, 현장 확인이 먼저라며 손사래를 칠 정도로 도 농기원 업무파악에 주력해 왔다.
“시골에서 성장하면서 자연의 법칙과 순리를 배우고 강인한 성격을 갖게 됐다”는 김 원장은 충주 주덕이 고향으로, 덕산초와 주덕중을 졸업한 뒤 청주여고로 진학했다.
중학교 3년간 담임이던 임춘자 선생님의 적극적인 권유 때문. “가정방문 때 구두 굽이 나가 제 운동화를 빌려 신고 돌아갈” 정도의 설득에 청주로 ‘유학(?)’ 온 김 원장은 1년에 두 번 방학 때만 집에 갈 수 있었지만, 그랬기에 더욱 학업에 열중할 수 있었다.
1976년 중원군 농촌지도소 생활지도원보로 공직에 첫발을 디딘 김 원장은 이후 음성·중원·제원군, 충주시에서 농촌생활자원 업무를 맡아왔다.
1990년 생활지도관으로 승진한 뒤 충북도 농기원 생활지도과장과 지원기획과장을 거쳤고, 2011년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기술지원팀장을 역임하는 등 농업·농촌과 관련한 다양한 경험을 가졌다.
9급 공채로 시작해 7급 공채와 지도관 승급시험, 고위직 공무원평가 등 ‘공개경쟁’으로 승진을 이어간 김 원장. 도민들의 인기를 끈 ‘농촌문화생활관’과 충북을 넘어 전국 1300곳에 확대 보급됐던 ‘농업인 건강관리실’이 그의 손을 거쳤다. 농번기 탁아소 운영과 생활개선과제 4-H 경진 전국 1등을 이끄는 등 지도력과 농업·농촌에 대한 애정,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있다.
고단한 공직생활 중에서도 방송통신대(86년)를 졸업하고, 충북대에서 석사학위(98년)와 행정대학원 고위정책관리과정(95년)을 수료하는 등 학업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김 원장에게 전국 최초 여성농업기술원장이라는 ‘타이틀’은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서 ‘첫 타이틀’을 거머쥔 여성에게 세간의 시선과 관심이 집중된다. 이는 아직 여성이 남성에 비해 사회적 진출이 많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서글픈 현실이다.
아직 우리나라 남성인구가 여성보다 많기 때문이나, 오는 2015년이면 인구가 역전될 것이라고 한다. 통계청은 장래인구추계에서 ‘2015년 여성은 2531만5000명으로 2530만3000명의 남성인구를 앞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많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여성 기관장 비율은 낮은 편이에요. 앞으로는 더 많아지겠죠.”
충북농기원 설립 이래 ‘최초’이자 전국에서 처음으로 농업기술원장에 임명된 농업전문가 ‘김숙종’의 뒤에는 가족이 버티고 있다.
“남편(김황수씨·59)과 두 아들은 물론, 할머니-할아버지부터 부모님과 고모, 이모 등이 다 같이 지내는 ‘대가족’인데 ‘일하는 엄마’, ‘일하는 며느리’를 이해해 주셔서 더욱 든든합니다.” 그래도 아들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짧았던 것이 못내 미안하다.
농촌은 점점 어려운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FTA(자유무역협정) 개방확산과 기후변화, 농가인구 감소와 고령화, 새로운 소비형태에 따른 농특산물 생산요구 등 대내·외 환경에 적극 대처하지 않으면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게 김 원장의 분석.
그러나 그는 “현실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농업인들에게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는 지원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농업의 1·2·3차 기능을 통합하는 ‘6차 농업산업화’를 유도, 새로운 시장과 가치창출이 연계토록 하고, 특히 기능성 식품연구 등 실용화된 신기술로 농업과학을 이뤄 미래 충북의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농촌지역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품목별 연구회의 교육을 강조, 이를 위해 취임 한 달 간 지역을 돌며 농민들과 일선 농업지도사 등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농촌도시 균형발전에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김 원장은 “전문성을 높이고, 맞지 않는 제도를 개선하는 등 변화와 도전의 정신으로 창조적이 리더십을 길러야 여성의 사회적 편견을 줄일 수 있다”며 후배 여성공무원의 분발도 촉구했다. 

          ▶글/이도근·사진/임동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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