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논설위원 · 청주대명예교수)

부정부패의 실상에 대한 보도가 지면을 누비고 있다. CJ그룹의 수백억에 달하는 조세피난 행각,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 미납, 부품 시험서 위조와 안전 검사 조작 등을 통해 전력난을 초래케 한 원전비리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부정부패의 실체가 폭로되고 있다. 학연, 지연, 관연 등을 통한 마피아 조직을 방불케 하는 낙하산 인사로 국고가 탕진되고 사회 규범이 붕괴되고 있다. 재벌회사인 CJ그룹은 불법과 부정한 방법으로 조성한 비자금을 조세피난을 위하여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무실체 회사인 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에 맡겼다. 거액의 비자금으로 400여 구좌를 개설하여 소득이 없는 어린 자녀들에게 증여하였단다. 28세의 딸과 23세의 아들이 가진 재산이 무려 700억 원에 달한단다. “통장에 29만 원밖에 없다.”던 전 전 대통령은 법원으로부터 판결된 추징금 1668억 원(17년간 2205억 중 533억 환수)을 내 놓지 않고 있다. 환수시효가 3개월여 밖에 남지 않았단다. 검찰은 차명으로 숨겨 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불법 비자금을 찾기 위하여 다각도로 추적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가운데 그의 장남이 버진 아일랜드에 ‘블루아도니스 코퍼레이션’이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것이 들어났다. 검찰은 장남이 소유하고 있는 거금은 아버지로 부터 증여 받은 것으로 추측하고 수사팀을 가동하고 있다. 이 밖에도 고위직 공무원이 대가성 성상납의 혐의로 검찰에 소환되고, 한국수력원자력은 납품업체로부터 돈과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로 해임처분을 받은 32명에게 21억 4000여 만 원의 퇴직금을 지불하였으며, 모 공기업은 수천억의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데도 사장에게 5억이 넘는 연봉을 주는가 하면 청주시에서는 옛 연초제조창의 건물을 매수하면서 6급 공무원이 매도업자에게 100억 원을 더 받게 하고 그 대가로 6억 6천만 원을 챙기는 부정을 자행하였다. 이렇듯 국가가 온통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다. 부패공화국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딱지를 떼지 못하고 있다. 무정부 및 무법의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은 “이 사회가 한 군데도 성한 데가 없이 곪아 있다”고 탄식하고 있는 것이다. 창조경제, 일자리 창출, 문화융성 등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에 독버섯으로 자라고 있는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는 것이다. 대통령 직속 하에 부정부패특별단속반이라는 상설기구를 두어 총체적 단속에 나서야 한다. 국가의 명운을 걸고 발본색원의 대장정을 펼쳐야 한다. 혁명 이상의 결의와 실천이 필요하다. ‘소나기는 피하고 봐야 한다.’는 요령주의가 통하지 않도록 철저하고 빈틈없는 단속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는 모든 공직자들로 하여금 국민을 위하여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을 명예로 알고 청직(淸直)한 생활로 일관하는 공직윤리 풍토가 착근될 때까지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감사활동을 벌여야 한다. 조세피난자나 탈세자에게는 강력한 처벌을 가하여 조세를 자진 납부케 하고(알카포네 효과), 범법자에게는 읍참마속(泣斬馬謖:제갈량은 전시 중 명령을 어긴 심복부하인 마속을 눈물을 머금고 군율에 따라 참함)하는 단호함으로 징치하여야 한다. 부정부패에 연루된 공직자는 그 누구를 막론하고 가차 없이 퇴출시켜야 한다. 더 나아가 유전무죄, 유권무죄의 풍토를 제거하여야 한다. 법 앞에 평등을 실현함으로써 법치주의를 착근시켜야한다.
‘정치나 행정은 국민의 수면위에서 운행되는 배’라는 말처럼 부정부패를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국민이 깨어 있어야 한다. 국민이 감시자가 되어 공직자들이 검은 손의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여야 한다. 그러나 국민은 조직과 권한이 없어 견제장치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공권력을 가진 정부가 나서야 한다. ‘법은 국민들 간의 엄숙한 계약으로 자신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는 인식으로 준법의 생활화를 도모 하여야 한다. 

부정부패의 척결이야 말로 국정의 최우선 과제이다. 이는 누구보다도 국정최고책임자의 의지와 실천 여하에 달려 있다. 박근혜 정부는 정신문화 창달을 통한 강건국가를 건설한다는 목표 하에 부정부패가 없는 청정정치와 행정을 실현하여야 한다.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일은 어렵고도 먼 길이다. 그러나 반드시 해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국가다운 국가를 만들 수 없다. 대통령이 최전선에 나서기를 삼가 권한다. 하늘이 맡긴 소임(소명:召命)으로 알고 신명(身命)을 다 바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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