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공주출신으로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40)는 자서전을 내며 "학교를 졸업하면서 졸업 논문을 내는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박찬호는 18일 서울 중구 소공로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자서전 '끝이 있어야 시작도 있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야구선수로서 자신의 삶을 털어놨다.

박찬호는 "몇 달 전 은퇴 선언을 한 이 자리에서 내 생각을 정리한 책을 소개하게 돼 더 의미 있다"고 간담회의 문을 열었다.

지난해 11월 29일 은퇴 결정을 한 박찬호는 이튿날 이곳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이제야 졸업을 하는 것 같다"며 "나의 야구 인생 30년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고 이후의 삶을 설계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양대에 재학 중이던 1994년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에 입단해 미국 무대에 발을 담근 첫 한국인으로 기록된 박찬호는 "미국에 가서는 한국인으로서 제대로 인정받고 싶었다"며 "어렸을 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었듯 미국에서는 한국인으로서 자랑거리가 되고 싶었다"고 돌아봤다.

책 제목인 '끝이 있어야 시작도 있다'에 대해서는 "은퇴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의 인정과 환호에 집착했었다"며 "하지만 은퇴로서 끝을 내고 나니 세상이 더 커 보이고 스스로 자유로워져 새로 시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야구를 하며 콤플렉스나 부끄러운 일도 많았지만 나중에는 그게 성장의 무기가 됐었다"며 "이 책이 절망하고 포기하려 하는 많은 분들에게 힘이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인으로서 메이저리그의 문을 연 박찬호는 '한국 야구 검증의 문'을 연 류현진(26·LA 다저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류현진의 활약을 통해 자신의 선수 시절을 돌아보게 된다는 그는 "메이저리그 시절 샌디 쿠팩스(전 다저스)로부터 '긴 여행을 하는 거라 생각하라'는 메시지를 받은 적이 있다"면서 "(류)현진이도 매 경기에 집착하지 말고 오랫동안 하나씩 쌓아가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자서전에서 한국인 최초의 빅리거로서의 소회와 미국 무대 뒷이야기, 인간으로서의 박찬호, 한국야구의 발전 방안을 담아냈다.<이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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