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스(Rubus) 합창단’

‘천원의 행복’ 공연에 찬조출연 노래를 부르고 있다.유대인 율법학자들이 사회의 모든 사상(事象)에 대해 구전·해설한 것을 집대성한 책 ‘탈무드’에는 ‘우리가 신에게 기도하며 자신의 소망을 말하는 것은 하느님의 의지를 바꾸기 위함이 아니고 신에게 고함으로써 신을 인정하게 되고, 신의 권위를 인정함으로써 우리의 영혼이 깨끗해지고 고양되기 때문임을 잊지 마라’는 구절이 있다.

참된 믿음은 영혼을 맑게 한다는 이 사상과 가장 잘 어울리는 동아리가 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노래하는 ‘루브스(Rubus) 합창단’.

지난 2010년 2월 25일 창단된 ‘루브스 합창단’은 천주교 신자들고 구성된 성가 부르는 모임이다.
매주 월요일 오후 7시 30분 청주시 사직동 뮤직갤러리에서 정기연습 모임을 갖고, 성가를 부르며 믿음을 쌓아가고 있다.

‘루브스 합창단’의 ‘루브스’는 탈출기 3장 2절 모세성인이 호세렙산에서 불꽃 형상의 하느님을 뵈었을 때 그 타지 않는 떨기나무를 뜻한다. 부족하고 평범하지만 하느님께서 함께 하시길 염원하는 마음이 담겼다.

천주교 신자로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인 ‘루브스 합창단’은 주로 무반주 성가를 부른다. 성가를 부르는 것이 곧 기도하는 것이고 자신의 마음을 정갈하게 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에 단원들은 정해진 모임은 하루지만 매일매일 성가를 연습한다.
강서동 성당에서 공연을 마치고 신부님과 기념촬영
마음으로 부르는 성가는 많은 신앙인들에게 감동으로 다가왔다.

청주 흥덕성당과 성 유대철 성당, 용암동 성당 등 청주 소재 대부분의 성당에서 초청공연을 벌이고 있다. 여러 단체에서도 러브콜을 할 만큼 창립 4년 만에 탄탄한 실력을 갖춘 합창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합창단의 단장을 맡고 있는 김태구(58)씨는 “천주교 신자로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만큼 화합이 잘 되는 것이 ‘루브스 합창단’의 가장 큰 자랑”이라며 “교사 퇴직 후 자칫 무료해질 수 있는 시간에 함께 성가를 부르고 기도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전했다.

조현녀(여·49)씨도 “합창단에서 소프라노 파트를 맡고 있다. 일주일 내내 모임하는 날을 기다리며 연습하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면서 “함께 노래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동아리가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고 밝혔다.

사진작가 이규만(59)씨는 출사 날짜를 합창단 모임에 맞춰 진행하기로 유명하다.

합창단원들과 함께 노래 부르는 시간이 그에게 무엇보다 값진 시간이기 때문이다.

나이 불문, 직업 불문인 이 합창단은 여느 동아리와 다르게 부부나 모녀 등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단원들이 많다.
이 합창단의 지휘를 맡고 있는 이철희씨와 반주자 김은정씨, 신춘식·함영숙씨가 부부고, 조현녀·손현주씨, 김호열·이현씨가 모녀다.

조현녀씨는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딸 손현주(24)씨에게 합창단 활동을 함께 할 것을 권했다. 딸이 워낙 노래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합창단을 하면서 느낀 감동과 즐거움을 딸과 함께 나누기 위해서다.                     <김재옥>
‘루브스 합창단’ 단원

△지휘-이철희 그레고리오
△반주-김은정 세실리아
△소프라노-고인옥 실비아·김호열 율리아·김혜경 디오니사아·배청자 나래군다·손현주 율리안나·조정수 루시아·조현녀 스콜라 스티카(총무)·이현 마틸다
△알토-김보옥 데레사·변현순 로사리아·오혜숙 젬마·유아리 로사·이은실 아네스·임영희 파비올라·함영숙 시라(부단장)
△테너-김언복 마티아·류호균 마르코·윤경한 바오로·이광휘 베드로
△베이스-김태구 요한 보스코(단장)·박용수 바오로·신춘식 바오로·이규만 시릴로·정회영 도미니코


인터뷰/ 이철희   ‘루브스합창단 ’지휘자

합창 통해 즐거움을 나누는 단원들은
서로에게 어깨를 내주는 큰 느티나무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과 아름다운 음악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값지고 행복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성가 부르는 것 자체가 기도기 때문에 ‘루브스 합창단’이 더욱 귀하게 여겨집니다.”

청주시립교향악단 단원인 이철희 지휘자는 어떠한 대가 없이 이 합창단이 지휘를 맡았다. 자신이 평생 공부한 음악으로 여러 사람에게 행복을 전하기 위해서다. 피아니스트인 아내 김은정씨 역시 기꺼이 합창단의 반주를 맡아 창단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이 지휘자가 생각하는 ‘루브스 합창단’의 가장 큰 장점은 단원들이 모두 ‘한마음 한뜻’이라는 점이다. 합창을 통해 즐거움을 나누고 성가를 부르며 마음의 평안을 찾은 단원들은 서로에게 이미 큰 느티나무다. 서로가 힘들 때 어깨를 내어 주는 친구가 됐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 교사·주부·사진작가·회사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합창을 할 때만큼은 모두 하나가 된다.
그래서 ‘루브스 합창단’의 모임은 늘 100% 참석이다. 서로의 애경사에도 제일 먼저 달려가는 사이다.

“노래 부르는 사람이 행복해야 듣는 사람도 즐거울 수 있습니다. 늘 행복으로 노래하는 합창단이기 때문에 저희 공연을 보시는 분들도 절로 행복해지실 것이라 믿습니다. 더 가슴 뜨거운 음악으로 무대에 설 것을 약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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