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을 다시 쓴 이승엽(37·삼성 라이온즈)은 "은퇴할 때까지 400홈런은 꼭 치고 싶다"고 밝혔다.

이승엽은 2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의 방문 경기에서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 1-1이던 3회 1사 1,3루에서 상대 선발 투수 윤희상의 5구째 직구를 받아쳐 좌측 펜스를 넘겼다.

시즌 7호이자 개인 통산 352호 홈런으로, 최다 홈런 타이틀을 양준혁(은퇴)에게서 넘겨받았다.

이승엽은 올 시즌 정규리그 개막 이래 한 차례도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한 채 직전 경기까지 타율 0.229로 심각한 부진에 허덕였다.

하지만 이승엽은 이날 3점포를 포함해 5타수 3안타에 3타점 1득점을 기록, 그간의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버렸고, 새 이정표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이름과 등번호, 팀 로고가 금색으로 덧칠된 특별 제작 유니폼을 입고 나타난 이승엽은 오랜만에 홀가분한 모습으로 취재진 앞에 나섰다.

다음은 이승엽과의 일문일답

-(기록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사실 부담감은 전혀 없었다. 홈런 기록을 생각할 타격이나 성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홈런은 안타의 연장이다. 결국 공이 맞아야 한다는 점에서다. 안타가 나와야 홈런이 나오기 때문에 안타를 많이 치고 싶다. 홈런 신경 쓸 때가 아니다. 내가 안 좋은 상황에서 후배들 덕분에 팀이 1위를 달리고 있다. 내가 더 잘해서 팀이 계속 올라가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오늘 경기 전부터 몸이 가벼워 보이더라.

"그런 건 없었다. 연습 때는 항상 좋다. 경기 끝마치면 성적이 안 좋아서 풀이 죽었을 뿐 게임 전에는 항상 똑같이 했다."

- 최다 홈런 타이기록 세운 후 부진했다.

"부담감까지는 아니었고, '내가 안 좋기는 안 좋구나. 이건 아닌데,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책도 많이 했고, 자신감도 많이 잃었다. 하지만, 생각할 시간에 연습하라는 조언이 떠올라 연습에 매진했다."

-(홈런 당시) 바깥쪽 공 예상했나?

"투 스트라이크(투 볼)였으니까 몸쪽 직구나 바깥쪽 포크볼을 생각했었다. 그런데 바깥쪽으로 들어오니까 직구와 변화구 확률을 50-50으로 봤다. 그래서 조금 늦은 감이 있었는데 스윙이 잘됐다."

-일본에서의 홈런까지 포함해 총 511호다. 앞으로 몇 개나 더 치고 싶나?

"일본 기록이 공식 기록으로 합산되지 않으니까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352개 쳤으니까 그만둘 때까지 400개는 치고 싶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400개 친 사람이 없으니까. 400개 치면 지금보다는 더 편하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언제쯤 400홈런이 가능할 것 같나?

"칠 수도, 못 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정도는 치고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다."

-향후 5년 정도는 현역 생활하고 싶다고 말했었다.

"기회가 된다면 오래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둘째 아이가 3살인데 아버지가 좋은 야구 선수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때쯤 그만 두고 싶다는 뜻이다. 그래서 지금 그만두기에는 이르다. 5년을 하고는 싶지만 올라오는 후배들도 있고, 체력이나 실력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매 게임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현 추세라면 400홈런 가능하지 않겠나?

"2할대 타율 치는데 누가 기다려 줄까."

-홈런치고 베이스 돌 때 무슨 생각했나?

"그저 352개 홈런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다. 들뜨지는 않았다. 예전과는 달랐다는 느낌이다. 56개 칠 때와는 다르더라. 세월이 많이 흐른 것 같다."

-별다른 세리머니가 없었다.

"잘 맞았다고 생각했는데 (좌익수가) 점프하기에 잡힌 줄 알았다. 아무런 생각 안 났다."

-2003년 아시아 단일 시즌 최다 홈런인 56개 치던 때와 타구 방향이 비슷했다.

"느낌은 달랐다. 2003년 그때는 진짜 잘 맞았다. 그래도 일단 쳐서 다행이다."

-집에서는 오늘 별말 없었나.

"전혀 없었다. 오늘 통화 없이 문자만 했다. 야구에 관한 얘기는 없었다. 워낙 안 좋으니까 안 하더라. 며칠 전에는 "볼을 왜 그렇게 치느냐"고 하더라."

- 홈런 수 늘고 있다.

"근래 좀 친 것 같다. 그런데 이게 오래가야 하는데 하루 좋다가 확 떨어져서 답답하다. 20대와는 달리 머리 회전이 느려져서 그런 것 같다. 그 정도로 안 좋다."

-352개 홈런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홈런 3개는?

"우선 56홈런이다. 그리고 2002년 시즌 마지막 타석에서 심정수(당시 현대)를 제치고 공동 1위에서 단독 1위로 올라섰던 홈런이 기억난다. 또 이강철 코치한테서 얻은 프로 첫 홈런도 기억난다."

- 본인의 홈런 대부분을 기억한다고 들었다.

"352개 다는 기억 못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나온 홈런은 기억한다."

- 가장 많은 홈런을 친 상대 투수는 누군가?

"최상덕 선배로 기억한다."

-홈런 기록도 좋지만 오늘 안타 많이 쳐서 의미 있을 것 같다.

"그렇다. 3안타 쳤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이게 계속 가야 하는데 하루 좋다 다시 내려오는 게 문제다. '반짝'하는 게 제일 안 좋은 거다. 확 올라오지는 못하더라도 1안타, 2안타씩 치는 꾸준함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는 좀 더 보완해야 할 것 같다."

- 본인의 홈런 기록을 깰 것으로 보이는 후계자는 누군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최정(SK), 박병호(넥센), 김태균(한화) 등 좋은 선수들이 많으니까 앞으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록이라는 건 목표가 없으면 나오지 않는 거다. 다른 선수들도 목표를 위해서 달리면 이른 시일 안에 새 기록 나올 거다."

- 홈런 맞은 투수에게 하고 싶은 말 있나.

"개인적으로 만나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프로니까 그런 생각은 안 한다. 나도 지금까지 삼진이나 범타로 많이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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