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충북 생생연구소장)

최근 개최된 화장품뷰티박람회가 관람객이 100만을 돌파했다고 대성공이라고 한다. 단순히 관람객의 숫자만 보면 그런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내용을 아는 식자층 사이에서는 다른 의견도 있다. 우선 관람객 중 상당수가 초대권으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또한 관람객 중 상당수가 유치원을 비롯한 초, 중, 고 학생들이었다. 도대체 어린학생들에게 어떤 교육효과가 있었을지 궁금하다. 일부 선생님들은 할당된 입장권을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고 가족들과 알아서 가라고 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일반적으로 이런 박람회를 개최하는 이유는 지역 산업을 육성하는 한편 많은 타지역 내장객들의 구매를 통해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것이다. 이번 박람회가 우리 지역 산업 육성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엄청난 예산을 사용했는데 내장객으로 인해 지역 경제가 나아졌다는 얘기도 거의 없는 것 같다. 행사장 안의 매장은 대부분 타지역 업체들이 차지했고, 지역 매장은 행사장 밖에 설치하다보니 매출이 별로 오르지 않은 것으로 듣고 있다. 청주시에서 올 9월에 개최하는 국제공예비엔날레도 지역 발전에 기여한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청주시가 지난 14년간 막대한 돈을 들여 이 행사를 개최하고 있는데 실제로 우리 지역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자문해 보았으면 한다. 단적인 예로 이번 뷰티박람회 때 청남대에서 공예품 전시판매를 했는데 열 개가 넘는 판매소 중 대다수가 타 지역 사람들 것이고 청주 지역 참가자는 세 곳에 불과했는데 기막힌 것은 그 이유가 이 지역에 내세울 만한 공예가가 없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지난 14년 동안 막대한 돈을 들여 국제전시회를 했는데 내세울만한 공예가가 세 사람 밖에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청원군이 주관이 되어 개최한 세종대왕과 초정축제의 경우도 별로 성공적이지 못한 것 같다. 한동안 폐지되었다가 다시 열리게 된 초정 축제는 올해 2회째이지만 다른 축제들과 차별성이 없고 별다른 변화가 없어 내장객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다. 세계적인 광천수인 초정약수, 운보 미술관, 그리고 한글 창제 등 괜찮은 자원을 갖고 있는데도 제대로 활용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왜 이렇게 지역행사나 축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아까운 자원이 제대로 사용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행사기획에서부터 진행까지 좀 더 많은 지역민들이 참여하여 진지한 토의를 하지 않고 일부 기획사와 관계 공무원들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역 행사나 축제의 주인은 주민들인데 그들을 단순히 결정된 사항을 무조건 집행하고 봉사하는 일꾼으로 보는 것은 문제다. 주민들이나 지역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 넓게 수렴하여 기획하고 집행해야 한다. 또 행사가 끝나면 행사의 효과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가 수반되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미흡하다. 뷰티박람회나 국제공예비엔날레, 초정축제에 큰돈이 사용됐는데 그런 돈이 어떻게 쓰였으며 그만한 효과가 있었는지 따져야 한다. 그리고 행사 효과가 미흡했다면 그런 행사를 계속 할 것인지 계속 한다면 어떤 점을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도의회, 시, 군의회가 그런 역할을 해야 하고 시민단체가 감시를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각급 의회가 단체장과 같은 당 소속이 다수다 보니 제대로 견제가 되지 않고 있고 시민단체도 정부 견제와 감시라는 본질적인 사명보다는 엉뚱한 것에 관심이 더 큰 것 같아 안타깝다.
지역 축제나 행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지역의 성공모델을 단순히 차용하는 것만으로는 안 되며 자기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잘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자산을 객관적인 눈으로 평가해야 한다. 많은 경우 자신이 가진 특정자원의 가치를 너무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지역축제의 목표는 관광객이 찾아와서 돈을 쓰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자긍심 향상이다. 즉 지역 주민이 자신이 살고 있는 터전에 자부심을 느끼고, 그 지역을 사랑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 지역의 행사나 축제가 우리 지역민들의 자발적 참여 속에서 자긍심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하는 진정한 축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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