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임시국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법 통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여·야간 논란 끝에 민주당 장하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가습기 살균제 흡입독성 화학물질에 의한 피해 구제에 관한 법률제정안’을 6월 임시국회에 상정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가 재정적인 이유를 들어 법 제정에 반대의사를 나타냈고 새누리당 역시 소극적인 입장이어서 본회의 통과는 불투명하다.
이 법안은 환경부에 피해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피해구제기금을 조성, 피해자에 대한 의료비와 요양비 등을 긴급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야당은 3년 동안 2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고는 3년 전 주로 산모들이 원인 모를 폐질환으로 사망하면서 불거졌다.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는 역학조사에 착수해 가습기살균제가 그 원인임을 밝혀냈다.
하지만 피해 보상은 이뤄지지 못했다. 환경부와 복지부는 서로 소관사항이 아니라며 책임을 떠넘겼고, 기재부는 국가 예산 지원의 법적 근거가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 법무부도 제조업체들을 상대로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반대했다.
그러나 127명의 사망자를 비롯해 400여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고는 단일 화학물질에 의한 피해로는 최대이자 유례가 없는 대형 환경재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미스터리한 사건이기도 하다.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한 기업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이를 허용한 정부는 구제 대상이 아니라거나 법적 근거가 없다며 책임을 회피 또는 외면하고 있다.
지난 4월 어렵게 국회가 피해자 구제에 나서기로 결의했지만 정부와 새누리당이 입법에 난색을 표시, 이 같은 상황이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지난 94년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개발된 가습기 살균제는 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술표준원의 허가를 받았다. 일부 살균제에는 한국정부의 국가통합인증(KC)마크도 붙어 있었다.
이처럼 정식 허가를 받은 상품을 구입한 소비자가 사용 중에 치명적인 폐손상을 입고 사망허가나 정신을 잃어 삶이 송두리째 망가졌는데도 정부가 이를 수수방관하는 것은 온당이 못한 처사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책무다.
이미 많은 국민이 목숨을 잃었고 수백 명의 생명과 생활이 위협받고 있는 사안에 대해 긴급 구제를 회피한다면 그것은 말의 성찬일 뿐이다.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피해 지원 등의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국민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정부의 올바른 태도다.
정부가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나선다면 제조업체들도 책임회피에 급급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로 이런데서 출발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하루빨리 국회에서 피해자 구제법안이 통과돼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길 바란다.
정부와 여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 차원에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제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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