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복수 (청주시 부시장)

연일 30도를 웃도는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상 최대의 전력난까지 겹쳐 그 어느 해 보다 뜨거운 여름을 맞고 있다.
가진 사람들이야 그런대로 견디겠지만 없는 사람들에겐 더워도 추워도 걱정이다.
특히, 가족 없이 외롭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어르신들껜 이 더위가 천근보다 더한 무게로 느껴질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다.
필자는 지난 4월 23일 청주시 부시장으로 부임하였다.
충북에서 가장 오지라 할 수 있는 단양 어상천에서 자라서 충북도청에서 공직을 시작했던 나에게 청주는 고향이나 다름없다.
중앙부처, 주중한국대사관, 세종시 등 오랫동안 타지에서 근무하다 돌아온 ‘고향’은 어머니 품속 같은 따뜻함이 있다.
부임한 후 두 달여 기간을 정말 바쁘게 보냈다. 업무파악을 위해 먼저 시의 구청과 각종 사업소를 방문하였다.
새로 발족한 청주복지재단과 상권활성화재단을 비롯 평생교육원, 보건소, 노인회관, 다문화지원센터, 환경사업소, 문화산업단지, 박물관 등 그 수를 세기도 어렵다.
이와 함께 우리시에서 진행하고 있는 30여 개의 사업현장을 돌아보았다.
3차 외곽순환도로 건설현장을 비롯해 제2광역소각장?내덕 우수저류조?장애인스포츠센터?시립미술관?흥덕지구 축구공원, 중앙동 구도심 재생사업, 청주읍성 복원, 무심천 고향의 강 사업, 시민회관?종합운동장?야구장 시설 개선 등 청주시가 그동안 시민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참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일들을 함께 담당한다는 것이 내게 가슴 뿌듯하게도 하였지만 더 큰 무게의 책임감으로 다가왔다.
이러한 와중에 KT&G 부지 및 건물 매입과 관련 금품을 수수한 모과장의 사건이 터졌다.
최근 부임한 필자로서도 이 사건에 대해 시민들에게 어떻게 사과를 하고, 또한 수습을 해야 할지 참으로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어디 가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는 것이 시청의 분위기다. 이 일은 시 직원들에게도 매우 큰 충격으로 다가와 대다수 공무원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 시의 사업현장들을 둘러본 나로서는 이번 일로 시 공무원들이 지나치게 경직되고 또 그로 인해 현재의 청주시의 주요 사업들이 위축되어서는 시민을 위해서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라는 옛말과 같이 이번 일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재발을 방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점검하고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아울러, 공직자 개인 개인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져야 한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모여 숲을 이루고, 작은 물방울이 모여 강을 이루듯이 공무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새로운 마음가짐이 사회를 맑게 할 것이다.
그렇게 될 때 시민들의 믿음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곁으로 돌아올 것이고, 공무원이 신뢰받는 사회야 말로 진정 건강하고 정의로운 사회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시는 내년 7월, 역사적인 통합시 출범을 앞두고 있다.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통합시 출범은 앞으로 100년 이상 오기 힘든 더 없는 기회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통합시가 되면 인구 84만 명, 면적 940㎢, 예산규모 2조 원으로 대규모 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지난 2011년 한국은행 충북본부에서 발표한 ‘통합 효과’를 보면 통합시는 전국 227개 기초 자치단체 중 경제력 4위, 경제성장기반 1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다.
다행히 청주시민과 청원군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로 4개 구 획정, 청사 입지 등 통합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남은 기간 착실히 준비해야 한다. 그 일을 하는데 청주시 1800여 공무원의 역할이 없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통합 청주시를 대전, 세종시, 천안 등 300만 규모의 메트로폴리탄의 핵심도시, 중부권 발전을 선도하는 중추도시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를 담당할 시 공무원들이 지금의 가라앉은 분위기를 털어내고 미래를 향해 일어서야 한다.
그리고 또 자부심을 가지고 맡은바 최선을 다해 주었으면 한다. 아울러, 시민들께도 잘 못된 부분은 꾸짖어 주시고, 잘한 부분은 더 잘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셨으면 하는 부탁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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