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중 음주 회식 연 원장과 마찰 빚자 ‘무단이탈’
여론 “종사자 인식개선 절실… 전반적인 감사 필요” 지적

홍성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 원장의 부당한 요구에 직원들이 반발, 대립각을 세우며 알력을 빚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홍성지역 한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이 지난 13~15일 제주도 단체여행을 떠나면서 시작됐다.

시설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 시설은 홍성군이 문화소외계층의 문화격차 해소를 위해 마련한 여행바우처 사업에 선정, 시설 장애인과 가족, 종사자 등이 23일 일정으로 제주도로 향했다. 그런데 여행지에서 시설원장과 사무국장 사이에 갈등이 빚어졌다. 시설원장 등이 제주도 서귀포지역 장애인시설에서 행사를 가진 뒤 후 회식을 열고, 술을 마신 것이 문제였다. 군의 여행바우처 사업의 경우 음주는 절대 허용되지 않기 때문.

사무국장 A씨가 이 부분을 지적하자 시설원장은 이전 지시한 서류업무 등을 거론하며 다그쳤고, 다툼 끝에 A씨는 여행 둘째 날 밤 12시 숙소를 무단이탈, 홀로 홍성으로 떠났다.

원장과 장애인, 장애인 가족들만 제주도에 남긴 채 홀로 돌아간 A씨의 행동은 갖가지 소문을 낳았고, 이후 A씨가 이 시설 B()과장과 함께 사표를 제출하면서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A씨가 돌발행동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여행지에서 원장의 음주와 업무와 관련한 갈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또 원장이 일부 사안에서 부당한 요구를 하면서 직원들과 갈등을 빚어온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일행들이 (술을 마실 수 없는 여행인데도) 여행 첫날부터 술을 마셨고, 이를 지적하자 원장이 담당하지도 않는 서류업무 등을 들어 다그치는 말을 했다원장과 같은 방을 사용해 (불편한 관계가 싫어) 자리를 비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 시설원장이 자원봉사 업무를 담당하는 B과장에게 원장 자녀의 자원봉사 확인증을 요구하거나, 지인 등의 부탁을 받고 시간을 늘려달라고 지시하는 등 부당한 요구를 했다고 주장했다.

A씨와 함께 사직서를 제출한 B과장은 원장이 자원봉사를 하지 않은 사람에게 자원봉사를 한 것처럼 만들어달라고 하는 등 부당한 요구를 거듭해 들어줄 수 없었고, 이번 기회에 사표를 내게 됐다고 강조했다.

반면 시설원장은 약간의 음주회식은 있었다면서도 특별한 갈등은 없었다. 왜 일이 크게 확대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사건이 일파만파 확대되자 홍성군이 진화에 나섰다.

군 관계자는 장애인 가족, 시설원장, A·B과장 등 당사자와 만나 당시의 정확한 상황 등을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사건이 아닌 내부문제와 연관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갈등에 장애인은 없다는 점. 원장은 부당요구 등 각종 비리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A씨는 여행지에서 보살펴야 할 장애인을 그대로 방치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홍성군이 장애인의 권리를 찾아주고, 투명한 복지행정이 되도록 지역 장애인 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감사를 벌여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자원봉사자 김모()씨는 “(이번 사건으로) 시설 종사자와 시설장 간 알력이 그대로 드러났다직원이 장애인을 내팽개친 것은 지탄받아 마땅하고, 자원봉사 시간 등 시설책임자도 불법적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부당한 대우를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박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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