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조사 착수…농협 잇단 물의에 중징계 불가피

잇단 전산사고로 물의를 일으킨 농협은행이 이번에는 고객 정보 1만여건이 담긴 고객 전표를 고물상에 넘겨준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농협은행이 연달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킴에 따라 관련 조사에 돌입했으며 중징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 모 지점은 지난 15일에 보관 중인 고객 관련 전표 뭉치를 파쇄업체가 아닌 고물상에 넘겼다가 적발됐다.

다행히 고물상이 개인 정보업자에 팔지 않고 파쇄업자에게 매각해 고객 정보 유출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농협은행은 고객 정보 관련 서류의 경우, 보관 기간이 지난 뒤 위탁계약을 체결한 파쇄업체를 이용해야 하는 규정을 어겼다.

해당 지점에서 17년간 창고에 있던 전표들을 폐기하는 과정에서 원칙대로라면 파쇄업자에게 80만원을 주고 파쇄를 의뢰해야 하는데 평소 안면이 있던 고물상에게 무상으로 넘긴 것이다. 이 고물상은 마대자루에 이 전표 뭉치를 담아 파쇄업자에 30만원을 받고 팔았다.

고물상이 딴마음을 먹었다면 대형 정보 유출 사건으로 이어질 뻔했다. 이 전표에는 해지된 신용카드 발급 신청서, 거래해지 신청서, 해지 통장 등 각종 고객 정보가 가득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이런 농협은행의 문제점을 보고받고 농협은행 해당 지점을 대상으로 고객 서류 보관 실태를 조사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농협은행 지점의 전표 뭉치 유출건에 대해 보고를 받았는데 정보 유출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과거에 다른 은행에서도 유사 사례가 있어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파쇄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은 인정하지만 비용을 아끼려고 했던 것이지 정보 유출이나 경비 유용 등의 의도는 없었다"면서 "이번 주에 금감원에서 검사를 나온다고 하니 진위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지점장은 "파쇄업자가 문제가 된 고물상도 함께 운영하고 있으며, 운송업자가 서류를 넘기는 과정에서 잘못을 저질렀다"고 내부 감찰반에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은행들의 이런 허술한 고객 정보 관리가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011년에는 한 고물상의 마대자루에서 경남은행 한 지점의 은행 전표와 서류 뭉치가 대규모로 쏟아져 나와 사회적 문제가 됐다. 자동화기기 전표와 영수증, 대출 서류, 고객 이름과 주소, 계좌번호까지 모두 노출됐다.

지난 3월 북한 해킹으로 인한 전산마비 사고까지 일어났던 농협은행은 이번 고물상으로의 유출사건을 계기로 중징계가 불가피하게 됐다.

금감원은 '3·20 해킹' 사고의 후속 조치로 농협은행과 신한은행을 특별 검사한 결과, 농협은행과 신한은행에 고객 피해는 없었으나 농협은행의 경우 전산사고를 반복하고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책임이 있다는 의견을 금융위에 최근 보고했다.

농협은행은 2011년에도 해킹 사고로 대규모 전산 장애를 일으킨 적이 있다. 이에 따라 기관 경고 등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3·20 북한 해킹과 관련한 금융사를 검사한 결과 농협은행의 경우 전산사고 반복으로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농협은행에 전산 사고의 재발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 내·외부망을 조속히 분리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농협은행은 준비 기간 등을 들어 난색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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