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교권침해·사적 보복행위 용납 안 돼"

아들을 때렸다는 이유로 학교에 찾아가 교사를 무릎 꿇리고 폭행한 학부모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피해 교사에게 무릎꿇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먼저라며 두 차례나 선고를 연기했고, 교사가 용서했음에도 재판부는 '교권 침해' 등을 이유로 엄벌을 택했다.

창원지법 형사2단독 박정수 부장판사는 25일 공동상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45)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했다.

함께 불구속 기소된 김 씨의 아내 등 2명에게는 각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 판사는 "아들이 부당한 처벌을 당한 사실을 대화나 법적 방법으로 해결하지 않고 폭행하는 등 사적 보복을 가한 사실은 용납될 수 없는 행위로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박 판사는 이어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피해 교사의 무릎을 꿇리고 폭행한 것은 심각한 교권 침해이며 재판부에서 권고하기 전에 이런 사실에 대해 용서를 구하지 않는 등 범행 정황도 대단히 나빠 실형을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박 판사는 처벌보다 피고인들이 자신의 잘못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김 씨 등에 대한 선고를 두 차례 연기했다.

박 판사는 피고인들에게 교사를 무릎 꿇린 채 폭행한 것처럼 반드시 직접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하라고 주문했다.

김씨 등은 박 판사의 권유대로 피해 교사와 학교 관계자 등에게 무릎 꿇고 용서를 빌었다.

피해 교사 등은 이들을 용서하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제출했다.

김씨 등은 새 학기 첫날인 지난 3월 4일 아내 등과 함께 창원시내 한 사립 고등학교를 찾아가 아들의 담임교사를 찾는다며 교무실과 수업 중인 교실을 돌아다니며 행패를 부리고 교장실에서 담임 박모(32)교사를 무릎 꿇리고 화분 등으로 때릴 것처럼 위협하거나 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김씨는 담임교사가 자신의 아들을 때렸다는 이유로 이런 일을 벌인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권창환 창원지법 공보판사는 "미래를 이끌어가야 하는 어린 학생들 앞에서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를 폭행해 교권을 침해하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없애는 심각한 사건이며 이런 범죄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재판부가 경종을 울린 판결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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