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수애(충북대교수)

  고령화 추세가 심각해지고 있는 요즘 배우자를 먼저 보내고 가족과 세상의 무관심 속에 쓸쓸히 세상을 떠나는 어르신들이 사망 후 수 일 또는 수 개월이 지나서야 발견되는 안타까운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된다.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5명 중 1명은 혼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앞으로 그 숫자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생활고와 외로움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어르신도 많아지고 있다. 청주지역 노인의 15%가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살한 사람들을 목격하는 자살 고위험군에 속한다는 보도가 있다.

  현재도 노인 돌보미 서비스가 있지만 수요에 비해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서적 고립과 높은 우울감으로 고독사 위험이 높은 홀몸노인 돌봄에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사업이 힘찬 출발을 하여 다행한 일이다. 청주시가 전개하는 이 사업은 실버 행복드리미 프로그램이다. 민간자원을 활용하는 연계사업으로 자살 위험군에 있는 천 여명의 홀로 사는 어르신과 이들의 정서적 지지와 소통을 담당할 사업 참여자를 모집하여 결연을 맺었다.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실버 행복드리미들은 주 1회 이상 홀몸 노인들을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로 안부를 묻고 안전을 확인하여 외로움을 달래주고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지난 주 상당구청에서 열린 실버 행복드리미 발대식에는 시장님을 비롯하여 시의원, 공무원, 유관기관, 자원봉사자 등이 식장을 가득 메워 홀로 사는 노인 돌봄 사업에 민관협력을 다짐하는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짧은 모집기간에도 불구하고 사업의 취지를 이해하고 기꺼이 봉사를 자원한 사람이 그렇게 많음에 우리 지역이 아직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더 많은 살아있는 사회임을 실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 혼자 살아가는 노인을 독거노인이 아닌 홀몸노인이라 표현한다는 것도 그 자리를 통해 알았다.

 먼저 사업을 실시한 타 지자체의 조사에 의하면 서비스를 받는 홀몸노인의 95%가 외로움이 줄었다고 답하였으며, 응급상황에 대한 불안감도 크게 해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에는 서비스를 거부하던 어르신들이 지속적인 방문으로 경계를 풀고 안부 묻고 말동무가 되어주는 것만으로도 매우 행복해 하는 것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자원봉사자들은 말한다.

청주시 행복드리미 사업은 우리 모두가 사업의 수혜자이다. 이 출발을 계기로 우리 지역 곳곳에 확대되어 지역 모든 어르신들이 노후를 안전하게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IT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매우 편리한 스마트 세상에 살고 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휴대폰이 그 중 하나이다. 컴퓨터를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것이나 진배없으니 스마트폰만 있으면 시공을 초월하여 쉽게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정보를 얻고 쇼핑을 하며 오락을 즐기고 필요한 사람들을 함께 만날 수 있다. 이러한 IT 기술을 섬유산업과 융합한 스마트 의류도 있다. 웨어러블 컴퓨터(wearable computer)의 개념에서 시작한 스마트 의류 중에는 착용자의 신체 생리기능을 감지하여 저장하고 통신기반을 통해 필요한 곳에 전송하는 기능을 가진 것도 개발되었다. MP3 기능을 부착한 재킷 등 몇 가지 스마트 의류는 상용화되기도 하였다. 스마트 의류는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고 여러 가지 편리와 즐거움을 제공하지만 아직 가격이 비싸 상용화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홀몸 어르신을 도울 수 있는 저가의 스마트 의류가 상용화되면 고독사를 해결하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위치 추적이 가능한 GPS와 입은 사람의 호흡, 맥박, 체온, 신체 움직임 등을 감지하여 위급 상황에 대비해 그 정보를 원거리의 돌보미나 병원 등에 전달해 주는 기능을 담아 필요한 분에게 저가로 공급되는 시기가 빨리 오기를 고대한다. 스마트 의복을 입고 생활하던 착용자가 일정 시간동안 움직이지 않으면 그 정보를 미리 예약된 곳으로 즉시 연결해 주어 응급 조치를 취하게 함으로써 위험으로부터 생명을 구할 수 있고, 며칠 씩 사체가 방치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구글이나 애플사 등 세계적 IT업체도 최근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입는 컴퓨터 상용화에 집중하고 있어 스마트 의류에 대한 기대가 크다. 소설이나 영화 속의 상상이 현실에 적용될 일이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홀몸 노인 돌봄 사업에 적극 참여하신 자원봉사자 여러분께 힘찬 박수를 보내고, 이 사업으로 외로운 어르신들께 행복한 삶이 펼쳐지길 기원하면서 잠시 꿈이 이루어지는 상상의 나래를 펴 본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