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택 (중원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국가의 안전을 기획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국가정보원의 임무는 그 업무의 특성상 정치적 중립성을 지녀야 한다. 미국 CIA  영국M16  그리고 이스라엘 모사드 등 해외 정보기관들은 국가안보의 정보를 위해 밤낮없이 음지에서 일하고 국민에게 최종적 책임을 가진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이들 정보기관의 임무는 흔들리지 않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고 있어 찬사를 보내고 있다. 물론 우리는 이들 나라의 정보기관들의 정보수집력의 우수성, 국가안위를 위한 조사분석 업무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 국가정보원이 여야 정치권 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여러 가지 눈초리를 받고 있다. 즉  국정원의 대선당시의 선거개입문제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 발언문제로 여론이 요동치고 있다.
먼저 국정원의 대선 개입과 경찰의 축소수사 의혹이다. 이 문제는 국정원 여직원의 선거관련 댓글로 시작되었고 경찰의 졸속수사와 수사발표로 의혹을 산 것이 쟁점이었다. 검찰의 수사로 전 국정원장과 전 서울경찰청장이 불구속 기소되었는데 이에 야당과 언론 시민단체에서 반발이 그치지 않고 있고 이에 여야는 최근 국정조사에 합의하였다. 또한 2007년 노무현 김정일 정상회담의 대화록의 공개로 여야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여당은 노 전대통령의 발언을 반역행위로 몰아붙이고 있고 야측은 북방한계선을 포기한 적이 없는데 여당이 정치화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국정원의 대화록 공개는 그 부작용도 상당하다. 먼저 대통령기록물의 공개기준이 어느선에서 결정되는지도 문제이고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나눈 대화록을 이렇게 쉽게 공개할 수 있는 것인지도 걱정된다. 물론 국민들의 알권리라든지 국론분열의 해소를 위해 공개가 필요하겠지만 이번 국정원의 공개결정은 어딘가 개운치 않다는 느낌도 있다. 만약 우리나라 대통령과 해외정상들과의 회담내용을 일일이 공개한다면 누가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고 신뢰하겠는가? 

국정원은 국정원 스스로 열심히 하였다고 하지만 결국 이렇게 정치적으로 정략적으로 휘둘린 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앞으로 국정원이 살려면 정보수집 본연의 임무에 노력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때이다. 이제 탈 냉전시대에 있어서 정보기관들은 새로운 정보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의 군사정보나 정치공작에의 관심에서 벗어나 산업정보, 경제정보, 환경 테러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 국정원도 과거의 정치공작의 오명을 씻고 새롭게 환골탈퇴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먼저 국정원은 대북정보수집에 국한하여 업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국정원의 설립목적도 국가안보를 기획하고 대북정보수집인데 역대정권에서 국정원을 정권유지의 해결사 역할을 하도록 했다는 것이 부끄럽다. 두 번째는 정권이 바꿔도 흔들리지 않도록 직원의 신분보장과 인사권의 독립이다. 이와 같은 인사권이 확보되질 못하면 정권이 바꿜적마다 국정원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세 번째는 국정원의 기능과 조직을 정보 전문가를 양성하는 기관으로 개편하여야 한다. 국경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이때 국정원이 살길은 전문성 배양밖에 없다. 원장부터 정보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국정원이 진정으로 거듭 태어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며 다시는 정치권에 좌고우면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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